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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판결’도 靑에 보고한 대법원
2013년 전원합의체 선고 직후
판결 취지 민정수석실에 전달


대법원이 2013년 ‘통상임금 사건’을 놓고도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추가 공개한 문건 98건에는 ‘통상임금 경제적 영향 분석’과 ‘통상임금 판결 선고 후 각계 동향’ 등 2건의 문서가 포함됐다. 전자는 2013년 8월 통상임금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직후 작성됐고, 후자는 판결 선고 다음 날 작성된 문건이다.

문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선고 내용을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판결의 취지가 잘 보고, 전달되었음’이라고 적었다. 판결 선고 결과에서는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잘 헤아리고 이를 십분 고려해 준 것으로 받아들임’이라고 자평했다. 이 문서에는 청와대 뿐만 아니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나 야당인 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정치권은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동향도 기재됐다. 다만 직접 판결 취지를 전달하며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청와대가 유일하고, 나머지 다른 반응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업계 동향도 파악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수 기업은 연봉제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적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당혹해하는 분위기’라며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아 야근과 잔업이 많을 수 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업계에 관해서는 항목을 따로 내고 ‘잔업이나 휴일 근로가 많아 인건비 상승에 부담’이라고 기재했다. 현대차의 경우 인건비 증가 폭이 1조 원 이상에 이르고, 한국GM은 국내 철수설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내용도 있다.

보고서에 적힌대로 자동차업계는 대규모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렸다. 기아자동차는 1조원대 임금청구소송을 통해 420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현대차와 르노삼성, GM대우도 ‘정기상여금’이나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할 지를 놓고 노·사간 법정 분쟁을 벌였다. GM대우의 경우 법원행정처의 예측대로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선고 직전인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댄 애커슨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법원은 같은해 8월 통상임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었고, 4개월 뒤 선고했다.

법원행정처는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경우 재계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재계가 38조원대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고 본 데 대해서는 ‘유리한 기초 통계자료를 활용해 과대 계상했다’고, 노동계가 주장한 5조 7400억 원에는 ‘계산 방식에 오류가 있어 과소계상’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책연구소에서 14조~21조 정도를 기업이 노동비용으로 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에 관해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하면서도 ‘현실에 전액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고, 효과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3년 통상임금 사건은 대법관 사이에서도 논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추가 임금 부담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훈·이인복·김신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내고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들고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법원은 7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각급 법원장 36명을 모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해 논의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논의 내용과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사항을 종합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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