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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사 유세 동행르포] 김경수 “두들겨 맞을수록 지지도 오른다”
-서부경남서 대형 유세는 전례 없어
-민주당 취약지역서 공식 선거운동 시작
-경남 현역 의원 2명에 불과, 지역 조직 열세 속 캠프 내 긴장감 팽팽

[헤럴드경제(거창ㆍ산청ㆍ합천)=이태형 기자]“저 김경수, 요즘 TV만 틀면 나옵니다. 야당에서 두들겨 맞으면 맞을수록 지지도가 올라갑니다. 낡은 정치, 구태 정치는 이제 안 통합니다. 네거티브 없는 선거로 승리하겠습니다.”

지난 1일 서부지역 유세에 나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이번 선거를 “과거팀과 미래팀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경남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거제, 통영 등 남부해안권과 진주 등 서부경남 공략에 나선 김 후보는 1일에도 거창, 산청, 합천, 함양, 진주 등 5개 시군에서 유세를 펼쳤다. 차량 이동거리만 300㎞를 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1일 거창시장에서 상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아침 6시께 거창시장 원형로터리 입구에는 김 후보의 대형 유세 차량이 자리잡았다. 이 차량은 김 후보의 유세 동선에 맞춰 미리 현장에 도착해 김 후보와 기초단체장과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상설시장인 거창시장은 이날 5일장과 겹치면서 이른 시간부터 상인과 지역민들로 붐볐다.

이날 아침 진주 본가에서 출발해 8시께 거창시장에 도착한 김 후보는 흰색 카니발에서 내려 바로 시장 상인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 파란색 점퍼에 파란색 넥타이, 파란색 운동화를 입은 그는 연신 시장 상인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 후보는 좌판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위해서는 눈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거창은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젊은 사람이 해야지”, “시원한 거라도 마시고 가라”며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들의 호응이 좋았다. 중년 여성들은 김 후보에게 “TV보다 실물이 낫네”라며 격려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1일 거창시장에서 상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이날 오전 두번 째 일정인 산청 유세는 시외버스터미널 공터에서 이어졌다. 김 후보는 “산청군 인구가 늘었습니다. 인구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허기도 군수께서 잘하셨다는 얘기 아입니까. 잘했으면 계속 밀어줘야죠. 그렇지 않습니까”라며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유세장을 찾은 정찬석(60)씨는 “70대 노인네들이야 아직 한국당이지. 그런데 친구들은 여당으로 돌아서고 있다. 김 후보 이미지가 좋잖아”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 회원인 김상길(78)씨는 “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피난민 출신이라 진상규명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는 김 후보는 정해진 일정에 점심을 거르기도 일쑤다. 이동 중에 떡이나 빵으로 때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이날 점심 식사는 산청 지역민들과 같이 했다. 지역민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후에는 합천을 찾았다.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유세 차량이 자리를 잡고 먼저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유세가 진행됐다. 이어 유세 차량에 오른 김 후보는 교통이 열악한 서부경남을 위해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과 함양-울산 고속도로 추진을 약속했다.

유세 지역마다 지지자들의 호응이 이어졌지만, 무당층이나 반대 입장을 보이는 지역민들도 없지 않았다. 농업에 종사하는 김종인(74)씨는 “지사 후보가 유세한다고 지인들이랑 같이 왔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거창군민인 최지상(55)씨도 “김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른다. 이전에 했던 지사가 무난했잖아. 당 보다는 후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는 김 후보지만 이같은 상반된 서부경남 민심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리얼미터가 경남 MBC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의 지지율은 창원권이 51.9%, 동부권이 73.2%, 중서부 내륙권이 46%, 남부해안권이 52.5%로 나타났다. 소위 서부경남으로 불리는 중서부 내륙권의 지지율이 가장 낮은 것이다.

경남 지역 국회의원 16석 중 김 후보가 사퇴한 김해을을 제외한 15개 지역구 중 한국당이 12석을 차지하고 있어 그만큼 지역 조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소속의 현역 의원도 민홍철(김해갑), 서형수(양산을) 의원 2명뿐이다. 이들 의원도 동부권이라는 점에서 서부경남 공략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경남 거제 출신인 문 대통령의 고향 지역이기도 한 경남에서의 승리는 ‘보수 텃밭’이라는 기존의 정치 지형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다. 국회와 지역사무소 보좌진만 60~70명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서부경남에서 군의원, 도의원을 모두 공천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과거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면서도 “20%포인트 이상 이기다가도 막판에 뒤집어지는 게 경남이라 투표가 끝나는 날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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