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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2시간 근무제 ‘눈앞’] “‘저녁있는 삶’ 좋지만…‘돈없는 저녁’될까 걱정이죠”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감소 우려
제조업종사자 급여 13.1%감소 전망
전문가 “적극적인 정부 지원 필요”


지난해 대기업에서 특수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김모(29) 씨는 지난 4월 회사로부터 근무시간을 줄일 예정이라는 통보를 갑작스레 받았다. 하루 12시간 2교대 근무에서 8시간 3교대로 바꾸겠다는 것.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회사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환영과 우려가 엇갈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질 수 있지만 급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팀장이 갑작스럽게 ‘근무 시간을 줄이니 급여도 줄 수 있다’는 통보를 해와서 당황스러웠다”며 “주 52시간제가 시작되면 근무는 편해지겠지만 한편으론 월급이 줄어든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이 있는 삶을 당연히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저녁이 있을 수 있는건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픽=연합뉴스]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에 대한 직장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기존의 노동시간이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근로자 수가 50~299명인 사업장은 2020년부터 적용된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는 제조업 분야에서 특히 대두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는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ㆍ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4000원을 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는 40만9000명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이들의 근무시간은 평균 9.4시간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른 월 평균 수입 변화도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 감소폭이 전망치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일부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는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평소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았던 직장인 이모(40) 씨도 “연봉의 일정 부분은 수당에 의존해왔는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연봉이 약 1000만원 줄어들게 생겼다”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얄팍해질 지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무법인 하나의 이학주 노무사는 “최근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기업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며 “임금의 높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 시간외 수당이 줄어들면 여파가 클 수 밖에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올바른 노동시장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분간 과도기적인 시간은 불가피하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되 근로자의 임금이 보존될 수 있도록 노사 간의 타협책이 중요한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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