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배변봉투도 ‘애견인의 양심’입니다
애완견 배설물 방치 ‘얌체족’
한강공원 시민간 시빗거리로
과태료 대상…신고땐 포상금


스스로 ‘애견인’이라 자부하는 서울 광진구의 허모(25ㆍ여) 씨는 요즘 애완견을 데리고 한강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공원 곳곳마다 애완견 배설물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개 목줄 논란 탓에 애완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적은 날이 이어지며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애견인이 늘었고, 길거리에 애완견 배설물도 덩달아 늘어났다.

최근에는 산책 중 버리지도 않은 애완견 배설물 탓에 주변 행인과 싸우는 일도 있었다. 허 씨가 갖고 있던 배변봉투를 보여주며 “나는 배설물을 다 챙긴다”고 말하고 나서야 의심을 풀 수 있었다. 허 씨는 “괜히 주변에 애완견 배설물이 있으면 행인들이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며 “아무렇지않게 배설물을 안치우고 그냥 가는 애견인을 봐도 뭐라 말도 못 꺼내 답답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공원과 주택가 주변, 학교에서까지 애견 배설물로 골머리다. 크기가 작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애완견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일부 얌체족 탓에 멀쩡한 애견인들도 함께 비난을 받는 등 애완견 배설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애완견 소유주는 애견과 함께 외출할 때 목줄 등의 안전조치와 함께 배설물을 즉시 수거해야 한다. 목줄을 하지 않았을 경우 최대 50만원,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았을 경우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과태료 규정은 강화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아는 애견인들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단속도 사실상 어려워 규정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얌체족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애견인들이 많이 모이는 한강 공원은 배설물 탓에 애견인들과 행인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해 평균 15만 건의 한강 공원 내 무질서 행위 중 20%를 넘는 3만여 건은 애견 배설물 방치와 목줄 미착용 등 애견과 관련된 행위다.

상황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담벼락에 “애완견 배설물을 치워달라”는 공고문을 붙였다. 하교 이후 개방되는 운동장에 일부 애견인들이 산책하며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학교 보안관이 혹시나 아이들의 건강에 좋지 않을까봐 눈에 보이는 배설물을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자체도 각종 캠페인 등을 통해 애견 배설물을 직접 수거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민원에 단속은 어려워 고민에 빠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길거리 모든 애완견들을 쫓아다니며 단속할 수는 없지만, 애견인들이 스스로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피해가 다른 애견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