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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질병원인 단백질 분해기술 개발…2020년 간질환 치료제 개발 목표
- 화학硏 하재두 박사팀, 질병 일으키는 단백질을 세포에서 제거하는 메커니즘 구현
- 약제 내성현상도 줄이고 다양한 불치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 높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암 환자가 약을 복용한다. 이 약은 몸 속으로 들어가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표시를 남긴다. 그러자 인체 내에서 필요없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청소단백질이 꼬리표를 보고 찾아와 질병 단백질을 잘게 분해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암을 일으키거나 전이하던 질병 단백질이 깨끗이 사라진다”

이는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신개념 약물치료제 기술 ‘프로탁(PROTAC)’의 작용기전 설명이다. 프로탁은 발표되자마자 신약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존 표적저해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프로탁은 단백질을 세포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응용연구를 시작했고 국내 연구팀도 관련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한국화학연구원 단백질분해연구팀이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제공=한국화학연구원]

▶질병일으키는 단백질, 세포에서 완벽 제거=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하재두 박사팀은 프로탁 원리를 활용해 질병 치료효과를 대폭 높일 수 있는 독자적인 단백질 분해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단백질분해유도제’라고 명명된 이 기술은 이름 그대로 몸에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없애야 할 표적단백질만을 제거한다.

단백질분해유도제의 구조는 아령처럼 양쪽을 연결하는 링커(linker)를 중심으로 표적저해제와 단백질에 달라붙게 해주는 화합물인 바인더로 구성된다. 먼저 표적저해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표적단백질에 붙는 동시에 우리 몸 속에 있는 E3리가아제가 바인더에 와서 달라붙는다. E3리가아제는 표적단백질에 ‘유비퀴틴’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표지가 붙은 단백질은 프로테아좀 단백질에 의해 분해된다. E3은 평상시 세포 내에서 필요없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분해유도제는 표적단백질과 E3 사이에서 두 단백질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E3와 만난 표적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제거되는 구조다.

단백질분해유도제의 구조는 간단하지만 표적저해제와 바인더만 링커로 연결시킨다고 약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표적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표적저해제, 링커, 바인더가 정밀하게 조절돼 표지를 붙이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 박사는 “현재 표적단백질을 최대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표적저해제, 바인더, 링커를 발굴하고 조합해 다양한 질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분해유도제의 작용원리.[제공=한국화학연구원]

▶불치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 높여=단백질분해유도제는 기존 질병 치료제인 ‘표적저해제’와 다르다.

표적저해제가 표적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특정 부위에만 달라 붙는데 반해, 단백질분해유도제는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달라붙기만 해도 효능을 발휘한다.

하 박사는 “그동안 질병 관련 단백질의 85%는 표적저해제가 강하게 붙을 수 있는 적절한 부위가 없어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다”면서 “단백질분해유도제의 장점을 이용하면 다양한 불치병 치료제를 만들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단백질분해유도제는 약제 내성도 줄일 수 있다. 약제 내성은 단백질이 결합 부위의 구조를 스스로 바꿔 표적저해제가 붙지 못하게 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단백질분해유도제는 내성이 생기기 전에 표적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

하 박사는 “제 역할을 다한 단백질분해유도제는 재사용되기 때문에 환자는 비교적 소량의 약물을 복용해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단백질분해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회사들과 공동연구를 준비중이다. 이 중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가진 제약사 한 곳과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다수의 국내와 해외 제약사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분해유도제를 2020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제약 분야만 1500조원을 차지하는 데 국내제약산업 역량은 매우 취약하다”면서 “바이오강국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신약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함으로서 국내산업체의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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