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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화되는 ‘性戰’-中. 불편한 동거]“통장 내놔” vs “차라리 반반씩”…신혼부부 경제권 ‘신경전’
-인터넷선 “남편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요?” 인기
-‘너무 적은 남편 용돈’…이혼 사유로도 인정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해 11월 결혼한 조모(32) 씨는 아직 아내와의 경제권 다툼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각자 살림’을 살고 있는 조 씨는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아내는 “다른 집도 아내가 살림을 책임진다”며 경제권을 가질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은행원인 조 씨는 “은행에 다니는 내가 재테크를 더 잘 아는 게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결혼 전부터 경제권을 놓고 싸웠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조 씨 부부는 요즘 아파트 관리비도 정확히 반씩 나눠 내고 있다. 조 씨는 “주변 친구들은 “절대 지면 안된다”고 하는데, 아내는 “차라리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 얘기를 듣자”고 얘기해 스트레스가 장난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123rf]

부부간 말다툼으로 그치던 경제권 문제가 온라인상 남녀 간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인터넷에 올라온 극단적 사연을 두고 남녀간 싸움이 벌어지다 실제 부부 사이 다툼으로 번지는 일도 있다.

결혼 3년차인 직장인 이모(30ㆍ여) 씨도 최근 부부간 경제권 다툼으로 골머리다. 인터넷상에서 남편의 용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씨의 남편도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용돈을 올려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씨의 남편이 ‘남편도 경제권 독립을 해야 한다’는 인터넷 댓글을 찍어와 “아예 경제권을 독립하겠다”고 나서자 이 씨도 비슷한 사연을 가져와 맞받아쳤다. 결국, 남편이 용돈 인상을 포기했지만, 이 씨는 “인터넷 때문에 부부 사이만 나빠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부가 각자 수입지출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 여성이 경제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488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지난해 발표한 ‘2016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 중 누가 경제권을 갖고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6.9%가 ‘아내가 모두 관리한다’고 답했다. ‘남편이 모두 관리한다’고 답한 비율은 24.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2385쌍)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아내가 관리한다’는 답변은 53.2%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오히려 ‘남편이 관리한다’는 비율은 15.2%로 더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부부간 경제권 문제가 격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부부들이 많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 등에는 ‘남편이 자기가 번 돈은 자기가 관리하겠다고 나선다’, ‘이럴 거면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하소연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반대로 최근 문제가 불거지면서 ‘남편 용돈은 얼마가 적당한가요?’라는 문의 글도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부부 사이 다툼으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남편의 용돈 문제가 이혼사유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5년 한 20대 직업군인은 매월 200만원 수준의 월급을 아내에게 넘겼지만, 한 달에 10만원밖에 용돈을 받지 못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용돈 문제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는 아내의 주장을 1심 재판부는 받아들였지만, 남편이 항소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나치게 적은 남편의 용돈은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아내가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도 남편과 남편 가족에게 인색하게 구는 등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이혼을 결정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최근에는 지나치게 적은 용돈 탓에 이혼 문의를 하는 남편들의 전화도 늘었다”며 “부부 사이 경제권 다툼이 이제는 이혼사유가 될 만큼 중요한 가정 문제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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