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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사면 대가 뇌물 받았다는 건 충격이고 모욕”
-첫 공판 출석해 12분 간 입장문 낭독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입니다.”

이명박(77ㆍ사진)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3월 22일 110억대 뇌물수수와 350억 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발언기회를 얻어 12분 동안 자필 입장문을 낭독했다. “앉아서 말씀해도 된다”는 재판장의 말에도 굳이 “무리한 기소가 됐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했다. 

[사진설명= 23일 첫 공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는 삼성으로부터 이건희 명예회장 사면을 대가로 다스 미국소송비 67억여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로 도전한 뒤 후일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장의 사면을 결정했다”며 “밴쿠버 총회를 앞두고 급히 사면해 위원장 자격을 유지했고 이러한 노력으로 평창 올림픽이 유치돼 지난 2월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하면서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제 자신이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무진의 가능성도 극히 경계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를 실소유하며 회삿돈 350억여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다스는) 1985년 형님과 처남이 만들었다”면서 “저로서는 친척이 관계사를 차린다는게 비난의 염려가 있어서 만류했지만 정세영 당시 현대차 회장과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동안 가족들 사이에 소유를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게 온당한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왼쪽 옷깃에는 수인번호가 적힌 수감자 뱃지가 달려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 놓인 기록을 유심히 바라봤다. 재판장이 이름과 직업을 묻자 “이명박” “무직”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네가 잘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를 도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과 관련해서 언급하면서 목이 메어 여러차례 기침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40여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16가지 혐의를 어떻게 입증해나갈지 계획을 밝혔다.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 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측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반박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앞으로의 공판은 ‘증거 전쟁’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미 검찰이 제출한 모든 조서와 자료를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했다.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증인을 일일이 불러 신문하기 보다는, 검찰 증거 자료를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반박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도 이날 법정에서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들인데 어떤 이유로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알 수 없다”며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라고 변호인단에 부탁했고 제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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