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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가 표준, 66은 비정상?‘ 마른체형 옷만 팔던 쇼핑몰, 빅사이즈 늘렸다
-‘날씬한 표준’ 강요받던 젊은 여성들 변화
-쇼핑몰 빅사이즈 판매 늘어…자신감도 UP
-“마른 체형 한국…해외선 66 사이즈도 S”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옷이 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선택해야죠.”

여성들이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온라인 의류 쇼핑몰 일부가 빅사이즈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있다. 66,77만 돼도 시중에 맞는 옷을 구하기 어려워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을 이용하던 여성들은 사이즈와 관계없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나섰다. 마르고 날씬함을 지나치게 강요받아온 여성들은 이같은 변화가 쇼핑의 만족감을 넘어 자신감까지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2013년 G마켓에서는 77에서 88 이상 사이즈를 판매하는 빅사이즈관 여성의류 판매량이 전년대비 대비 8배(710%) 이상 늘었다. 사진=G마켓]

직장인 A(28ㆍ여)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사이즈가 다양해지면서 쇼핑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은 줄고 자신감이 늘었다고 말한다. 그는 “옷 한벌 사려해도 넉넉한 66사이즈를 파는 브랜드 의류를 찾아 종일 발품을 팔아야했다. 그럴때면 ‘왜 나는 길거리나 인터넷에서 파는 저렴한 옷을 못 입을까’ 한숨이 나왔다”며 “이제 옷이 좀 작게 나왔다 싶어도 77사이즈를 주문하면 되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의류 쇼핑몰이 66사이즈 이상 의류 카테고리를 신설한 데는 ‘선택권 다양화’란 측면이 있다. 로미스토리, 시크릿라벨, 핫핑 등 1020세대를 겨냥해 운영돼 온 복수의 쇼핑몰들이 같은 사이트 내에 빅사이즈 카테고리를 따로 신설하면서, 66 사이즈 이상인 젊은 여성들도 나이대에 맞는 옷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기때문이다.

A 씨는 “66ㆍ77 사이즈 여성이 30,40대만 있는 것도 아닌데, 빅사이즈만 따로 판매하는 쇼핑몰은 대부분 중후한 디자인을 팔더라”며 “본의 아니게 20대 초반부터 성숙하게 입었다. 이제라도 나이에 맞는 옷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기쁘고, 쇼핑할 때마다 ‘나는 빅사이즈’라 규정하지 않아도 돼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학원강사 B(28ㆍ여)씨는 “프리사이즈로 나온 여성복 대부분이 44, 55 사이즈까지만 편하게 입을만큼 작아 강의할 때 불편했다”며 “요즘엔 여성들 본인이 다양한 체형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사실 66사이즈가 왜 빅사이즈인지도 모르겠다. 따로 카테고리화 할 필요도 없을만큼 다양한 사이즈가 너무나 당연스럽게 판매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최근 판매하기 시작한 의류 사이즈. 기존의 44,55 사이즈부터 66,77 이상도 입을 수 있는 사이즈가 공존하는 모습.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빅사이즈 카테고리를 신설한 쇼핑몰들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대부분 옷들이 ‘작고 마른 체형’ 위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 패션업계는 다양한 인종과 체형이 공존하는 해외 국가와 달리 사이즈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사이즈가 다양한 해외브랜드마저 국내 수입시 일부 사이즈만 수입되는 경우도 잦다. 해외에서 S(스몰) 사이즈를 입는 사람이 국내에선 L(라지)를 입어야 할 정도로 전반적인 사이즈가 작게 나온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속속들이 등장하는 빅사이즈 카테고리에 ‘블루 오션’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은 브랜드만큼 사이즈 다양화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근래 66 사이즈를 겨냥해 성공하는 쇼핑몰이 늘면서 점점 벤치마킹 사례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77,88 사이즈 의류시장이활성화 되지 않아 선점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쇼핑몰에서는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해 비치웨어도 ‘88ㆍ99 사이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에 B 씨는 “자주 가던 쇼핑몰에서 무려 비치웨어를 88,99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을 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용기가 없어 수영복을 못 입는다 생각했는데, 쉽게 살 수 있게 되니 입어봐야겠단 생각이 절로 든다”며 “뚱뚱하다는 사회적 기준은 아직 덜 바뀌었지만, 내 생각만 바뀌면 지금 당장이라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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