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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의 발’이 무서워요!] 사고 나면 대형참사 ‘만원버스’…“이게 최선입니까?”
-만차 기준 없는 ‘콩나물’ 시내버스
-버스 기사ㆍ승객 갈등도 이어져
-“실효성 여부 떠나 기준 마련해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용산구에서 강남구로 출근하는 회사원 곽인범(31) 씨는 출근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발 디딜 틈 없는 시내버스를 또 타야한다는 생각에 힘이 빠져서다. 얼마전 학생과 회사원, 등산객 등이 마구 엉켜 숨도 제대로 못 쉰 경험을 한 후 공포증은 더 심해졌다. 차량은 있지만 ‘미세먼지 대란’ 이후 회사에서 대중교통을 권장하는 상황이다. 상사도 지하철로 출퇴근해 매일 주차장에 차를 대기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곽 씨는 “사고라도 나면 대형참사로 번진다는 생각에 아찔했다”며 “시내버스도 시민 안전을 위해 만차 기준을 둬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승객을 싣고 다니는 서울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스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모습. [제공=헤럴드DB]

차량 통제를 골자로 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승객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제라도 ‘만차버스’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버스에는 만차 기준이 없다. 국토교통부 법령을 보면 승차 정원은 버스제조업체가 산정한다. 가령 A 사의 버스 탑승 적정 인원은 시내버스는 69명(좌석 25개 기준), 저상버스는 55명(좌석 22~25개 기준)이다. 다만 이는 권장사항일 뿐 제재 근거가 될 수 없다. 출퇴근시간대는 물론 평소에도 이보다 훨씬 많은 승객이 몰려드는 것이 현실이다. 시 관계자는 “적정 인원이 있다해도 정신없는 상황에서 버스 기사가 승객을 모두 헤아리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버스기사와 승객 간 갈등도 이어진다. 기사는 승객이 승ㆍ하차하기 전 버스를 출발시키거나 승ㆍ하차할 승객이 있는데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만차 때는 처벌에서 제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버스에 대한 ‘무정차 통과’ 민원 수는 모두 4208건이다. 전체 접수민원(7185건) 중 58.5%로 단연 압도적이다. 민원 상당수는 주관적인 만차 기준으로 기사와 승객이 대립하는 탓에 처리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갈등이 계속되면 버스 안 폐쇄회로(CC)TV로 승객 수를 세보기도 하는데, 여기에도 이견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떠나 ‘만차 기준’이 있어야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출퇴근시간대의 ‘러시아워’ 등 일괄 적용하긴 어렵지만, 행정당국 차원에서 기준을 둬 버스 이용객 모두가 위험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가만히 두는 것은 노력조차 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만차버스 기준의 부재로 인한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배차간격 단축 등을 위한 버스 증편, 버스노선 최적화와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데 더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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