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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싱글맘의 날’] “우리도 당당한 ‘엄마’…오늘도 편견과 싸웁니다”
-미혼모, 공식 집계만 2만4000명 달해
-면접기회 박탈ㆍ직장내 소외 등 난관
-폭언ㆍ편견에 ‘상처’…“인식변화 절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1989년, UN이 5월을 ‘세계 가정의 달’로 지정하고 29년이라는 지났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하면서, 1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사이 가족을 포괄하는 범주는 커졌음에도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실정이다. 특히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11일 정부가 정한 ‘싱글맘의 날’을 맞아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에게 미혼모들이 겪는 힘든 점을 물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30여명의 미혼모들과 함께 미혼모가족협회를 세웠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007년 설립된 단체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힘든 덤은 사회적 시선이다. 전국에 공식 집계된 미혼모는 2만4000여명, 미혼 출산 사실을 숨기는 더욱 많은 수의 미혼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대표에 따르면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많은 고초를 겪는다. 사회적으론 차가운 시선, 경제적으로는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 대표는 “많은 미혼모들이 미혼모인 것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의 시선이 바뀌고, 가족들도 94~95%정도는 입양과 낙태를 권유한다”고 털어놨다. 오 대표도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미혼모들의 인간관계는 전부 ‘갈등’관계로 변한다”면서 “직장에서도 곤란해지고, 집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오 대표는 “가뜩이나 힘든데, 먹고사는 기본적인 것부터 문제에 봉착한다”고 했다. 김 대표도 “미혼모들이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열악한 것은 아니다”라며 “모아둔 돈을 다 쓴 뒤부터 힘들어진다”고 했다.

산후조리가 끝난 뒤에도 미혼모들은 사회적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계속 고민을 하게 된다. 미혼모들에게 유독 차가운 사회의 시선 탓이다.

상당수 한국 직장들은 입사원서를 낼 때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인데 아이가 있는 경우, 면접 기회조차 박탈되기도 한다. 입사해도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된다. 어린이집도 아주 어린 아이는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당수 미혼모들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못 구한채 기초수급생활비로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미혼모 관련 단체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처]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도 험난하다. 김 대표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를 키워오면서 어려웠던 점들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미혼모 단체의 대표’로 방송에 나간적이 있는데, 한 엄마가 방송을 보고 학부모 단톡방을 따로 만들었다”면서 “학부모 모임에서 소외시키고 아이들에게는 우리 애와 놀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아이가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온 경우도 있다.

그는 “결혼도 안한 여성이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로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정부의 지원도 미혼모들을 힘들게 한다. 공식 집계된 전국의 미혼모는 2만4000여명, 사실을 숨기는 미혼모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정 아래 14세 미만 아이 양육비는 만 24세 미만의 미혼모일 경우 18만원, 만 24세 이상 미혼모는 13만원 정도다. 아이 한 명당 한달 분유값과 기저귀값 평균 30만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오 대표는 “상담인력부터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 단체에서도 상담팀장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을 진행하는데, 많은 미혼모들이 밤과 휴일에도 통화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상담 시설이 여의치 않아, 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에만 신규지원을 결정한 상담건수가 51건에 달했다. 일반 상담건수는 100건이 넘었다. 하루에도 4~5건 씩 상담전화가 걸려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대표는 어린 미혼모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 힘든 일들이 발생해도, 낳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있다”면서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이라고 설명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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