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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비, 집값전쟁’ 60만원 월세는 안내리면서 ‘기숙사’는 못짓게…
고대, 주민 반대로 수차례 무산
학교와 먼거리 기숙사로 해결


대학들의 기숙사 건립을 놓고서도 ‘집값’을 놓고서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이 비싼 학교 주변의 월세가격을 이유로 기숙사 증축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지역 원룸업자들의 반대에 막혀 첫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룸업자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기숙사 건립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학 기숙사’들이 생계를 방해하는 시설이나 마찬가지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기숙사 건립과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고려대학교다. 고려대는 인근 안암학사의 학생 수용률이 높은 수준에 달하자 학교 뒤 개운산 자락 학교 부지에 기숙사 건립을 시도해 왔다. 

과거 안암역 주변에 주민들이 부착했던 기숙사 반대 현수막 모습. [성북구청 민원 게시판 갈무리]

하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고려대가 소유한 부지는 현재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있다.인근 지역 주민의 동의가 포함된 여러 서류를 ‘서울시 도시공원 위원회’에 제출한 뒤 심의를 거쳐야 기숙사 건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매번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도 고려대는 성북구청에 기숙사 건립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답보 상태다.

주민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룸업자들은 학교 주변 번화가인 안암역 인근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기숙사 건립에 강력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공식적인 입장은 학교가 기숙사를 건설하려는 ’녹지공원‘이 주민들의 체육시설이 들어간 ’쉼터‘라는 것이다. 학교 측이 기숙사 건립 후에도 부지에 체육시설을 지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현재 고려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0.3%로 전국대학 평균인 20.1%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은 기숙사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원룸이 비싸 울며 겨자먹기로 먼 지역에 자취방을 구해 나가거나, 비싼 월세를 감수하고 학교 주변에서 거주중이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주변 원룸업자들은) 학교 주변 원룸도 많이 비어 있는데 왜 기숙사를 지어야 하냐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원룸가격이 비싸서 기숙사를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원룸가격을 내릴 생각은 안하고 반대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대학들은 기숙사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기숙사 건립과 관련된 집회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천의 세명대와 한양대 서울캠퍼스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기숙사 증축 요구와 원룸업자들의 반대 사이에서 대학들이 내놓는 대안은 ’원거리 기숙사‘다. 성균관대는 동대문과 창경궁 인근, 국민대는 미아뉴타운, 동덕여대는 종암동 주변에 최근 기숙사를 건립했다. 모두 학교와는 거리가 떨어진 곳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 건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학교 주변에 기숙사 부지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큰 것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다방이 지난해 조사한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월세 평균은 49만원, 보증금은 1378만원에 달했다. 보증금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출 경우 학생들은 60만~7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납부해야 한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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