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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뒤지며 손으로 뛰는 변호사들
로스쿨도입후 1만여명 자격증
인원늘며 치열한 생존경쟁
커뮤니티에 연락처 남기고 영업
일부선 “쉬운사건만 찾는다”

변호사 김모(33) 씨에게 인터넷은 ‘놀이터’가 아닌 ‘일터’다. 그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소연들을 통해 사건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일과도 인터넷을 통한 상담에 맞춰 이뤄진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며, 누리꾼들의 사정을 살펴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이는 건에는 전화번호와 이름 등 인적사항을 남기는 게 그의 주된 일과다.

그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기며 일감이 더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청원글에 동참을 호소하며 링크와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9년 로스쿨이 문을 열고 만 10년. 변호수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변호사 수가 부쩍 늘어났다는 중론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스쿨이 도입된 이래 자격증을 딴 변호사 수는 1만884명에 달한다. 로스쿨 졸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변호사 시험을 치루고 약 1500여명 가량의 합격자를 배출한다. 지난 2009년 9612명에 지나지 않았던 개업변호사 수는 지난해 11월 1만9640명으로 2배이상 증가했다. 늘어난 변호사 숫자만큼 치열해진 경쟁률 속에서, 상당수 변호사들은 온라인을 통해 민원인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형 로펌 변호사인 C모(30) 씨도 이중 한명이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블로그에 접속한다. 기사에 나온 법률정보를 정리하고, 댓글로 남겨진 질문자들의 민원을 정리하는 게 주된 오전 일과다. 이후에는 포털지식인, 로톡(변호사 매칭 애플리케이션) 등에 올라온 사연을 찾는다.

C 씨는 “하루에도 여러건씩 신분과 전화번호를 남겨놓는다”면서 “상당수 소형로펌 변호사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수임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피는 변호사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은 굵직한 사건을 맡아 ‘스타 변호사’ 대열에 합류하는 순간 돈방석에 앉게 된다.

한 대기업 인사팀 직원은 “기업 인사팀에서는 이들 페이지를 검색하면서, 사전에 문제를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이라면서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게 돼서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기 어려웠던 법률적 조력자들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심화되는 변호사들 간의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도 있다.

대형로펌에 재직중인 한 변호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임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형로펌은 대표급 변호사들이 큰 사건을 가져와 함께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 업무형태”라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에 사건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방로스쿨 출신은 “소위 말하는 SKY출신이나, 법관출신 부모를 둔 경우는 대형로펌 취직도 쉬운 편”이라며 “그러지 못한 지방 로스쿨 출신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작은 사건이라도 찾아 헤매이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돈이 되는 ‘쉽고 자극적인’ 사건만을 찾는 풍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복잡한 재심 사건은 맡아봐야 시간만 길게 끌고 돈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명감으로 이런 사건을 맡기 보다는, 쉽고 상대하기 편한 인터넷 속 사건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힘든 세상, 변호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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