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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이날 풍경 2題] “자식 걱정에 마음만 뒤숭숭”
동자동 쪽방건물 66곳·964명 생활
짐될까 연락끊고 홀로 여생 보내
“이젠 자식들 얼굴도 감감해요”


“어버이날은 나에게 의미가 없어.”

지난 7일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임모(69) 씨는 어버이날을 두고 “무슨 대단한 기념일이라고 설레발을 치겠느냐”며 “자식 생각으로 괜히 마음만 뒤숭숭해지는 날”이라고 했다.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한숨을 내쉬더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어디서든 몸 건강히 잘 살고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 가정엔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어버이날이지만 쪽방촌에서는 한숨소리만 깊다. 주민 상당수가 자식과의 연을 끊은 홀몸노인이기 때문으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해보인다.


서울역에 처음 내린 사람들은 우뚝 솟은 서울스퀘어와 반짝이는 ‘서울로 7017’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원증을 건 직장인,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이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10분만 걸어가면 고립된 섬이 보인다. 2평 이하로 별도 취사시설도 없는 공간, 쪽방이 몰려있는 동자동 쪽방촌이다.

임 씨는 10여년 전 이곳을 찾았다. 경기 파주에서 식당 일을 했지만 지인의 꼬임에 넘어가 빈털터리가 됐다. 그 사이 남편과 사별했다. 자식에게 짐을 안겨주기 싫어 스스로 ‘야인’을 택했다. 그는 “카네이션은 언감생심”이라며 “이제는 (자식의)얼굴과 목소리도 흐릿하다”고 했다.

8년째 노숙과 쪽방촌을 전전하고 있는 김모(65) 씨는 이런 건물 가운데 한 곳으로 최근 들어왔다.

그는 사업에 실패한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 자식과의 연결고리는 매월 입금되는 30만원 생활비 뿐이다.

김 씨는 “내가 잘못한 것이 많아 연락은 기대도 안 한다”며 “5월에는 가족 기념일이 많은 만큼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고 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시 ‘서울 쪽방밀집지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내에는 크고 작은 쪽방촌 13곳이 있다. 쪽방 건물 수는 모두 324동이다. 쪽방 수는 4033곳이며 주민 수는 3274명이다. 이 가운데 2663명(81.3%)이 50대 이상으로, 대부분은 1인 가구다.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쪽방 건물은 66동이다. 쪽방 수는 1153곳이며 이 안에는 주민 964명이 산다. 쪽방과 거주 주민 수로 보면 서울 최대 규모다. 어버이날이 오면 동자동 내 쪽방촌 주민들의 ‘마당’인 새꿈어린이공원은 행사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시민단체가 만든 조직 ‘동자동 사랑방’이 만드는 자리다. 자식 생각이 간절하나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온기를 나눠주자는 취지다. 9년째 이어지는 이 행사에는 매년 쪽방촌 주민 300여명이 와 음식을 받아간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식품과 생필품을 지원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원 규모만 12억3800만원 수준이다. 동자동 내 서울역 쪽방상담소를 운영ㆍ지원하고, 취업 알선 사업도 진행중이다. 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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