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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 “공공서비스가 나갈 길은 민간과의 협력이죠”

따릉이·고척스카이돔·장충체육관 등 시민 편의시설 관리운영…
PR전문가 20년경험 녹여 대민 서비스질 높이는 이지윤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시민을 위한 시간이고, 보다 가치있게 쓰여야 한다.”

이지윤(53)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이 2016년 3월 취임 이후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그는 서울시설공단 최초이자 서울시에서 청문회를 하는 5개 투자기관 최초의 여성 기관장이다. PR업계에서만 20년 가량 일했던 PR전문가로, 2013년 8월 서울시설공단 사업운영본부장(현 문화체육본부장)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4년 넘게 일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의 서울시설공단 집무실에서 이지윤 이사장을 만났다. 

▶민간에서 공공으로…‘알 없는 손목시계’를 차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죠. 연봉도 절반 가량 깎였는데, 순진하게 세금도 많이 줄겠지 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이지윤 이사장은 민간업체에서 공공기관으로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2013년 다니던 플레시먼힐러드라는 회사가 100% 외국회사가 되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었고, 집안에도 일이 생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가량 재충전할까 고민하던 중 한 후배가 서울시설공단 사업운영본부장 공고를 보여줘 우연히 지원하게 됐다.

시민의 접점에서 공익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소통전문가로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공고를 보고 뭔가에 홀린 듯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는 좋은 점수를 못 받았지만, 인터뷰를 잘해서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어요. 결국 사업운영본부장이 됐어요. 처음 여기 와서 청렴교육을 받는데, 이몽룡이 춘향을 만나러 갈때 관가의 말을 타고 가는데, 그건 공권력 남용이라고 해서 이런 게 민간과 다르구나 했죠. 춘향전에서 이런 청렴교육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는 사업운영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에 이어 2년 전 이사장이 됐다. 하지만 이사장이 되자 무척 힘들었고, 그때부터 ‘알 없는 시계’를 차게 됐다. 이제 자신의 시간은 공적인 시간이고, 정말 가치있게 써야 하고 사적으로 남용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다. 여기에는 스스로에게 민간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왔다는 것을 캠페인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고 했다. 

이지윤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공단 최초의 여성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오랜기간 지속될‘ 직원 사명’을 만들고, 여직원의 커피 심부름을 없애는 한편 실무자 직접 보고 체계 구축, 현장소장 과의 소통 강화 등에 나서며 민간의 경험을 공공에 잘 접목시키고 있다.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공단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어떻게 바꿀까’보다 ‘바꾸지 말 것’을 고민하다=새로 취임한 공공기관의 이사장이나 대표는 대개 조직을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는 이사장이 취임하는 3년 마다 공단을 혁신한다고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제 임기 중에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뭔지 생각했어요. 전임 이사장들이 하던 것 중에서 직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많이 하면서 저희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것은 안 바꿨죠. 인사도 큰 폭으로 하지 않았어요.”

세월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뭘까를 고민하다가 지난해 초 ‘직원 사명(使命)’을 만들게 됐다. 10년, 20년을 쓸 수 있고, 직원들이 만든 직원자산이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13명의 직원들이 두달 간 토론을 거쳐 완성된 서울시설공단의 직원 사명은 ‘시민에게 안전과 신뢰를, 직무에서 책임과 정성을, 일상에서 소통과 협력을, 동료에게 배려와 존중을, 자신에게 정직과 용기를’이다.

지난해 시무식에서는 ‘안전을 누리고 서울을 즐기자’는 캐치 프레이즈도 만들어 발표했다. 이 역시 사업이 바뀌어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했다. 이어 3월에는 조례개정을 통해 사명을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서울시설공단’으로 알기 쉽게 바꿨다.

올해는 ‘고(GO)-스톱(STOP)-체인지(CHANGE) 캠페인’을 시작하고, 일하는 방식 혁신 9대 실천방안을 만들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 상호 존중받으며 즐겁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계속 돼야 할 것과 그만해야 할 것, 변화돼야 할 것을 각 팀에서 의견을 받아 만들었다.

‘유연한 근무ㆍ연차사용 활성화ㆍ일하는문화 수평화’는 GO, ‘불필요한 초과근무ㆍ일방적인 회식ㆍ형식적인 회의’는 STOP, ‘페이퍼리스 오피스ㆍ감정노동보호ㆍ성평등’은 CHANGE로 정해졌다.

그는 여성 기관장으로서 가족친화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연근무 활성화, 1시간 단위 휴가 도입, 가족돌봄휴가 신설, 자녀입영 휴가 제도 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휴가사용 권장 등을 시행중이다. 시차출퇴근은 2016년 118건에서 지난해 213건, 재택근무 역시 같은 기간 403건에서 516건으로 늘었다.

그 결과, 2017년 12월 ‘2017 일ㆍ가정 양립 우수기관 유공 포상식’에서 조직문화혁신 부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가족친환인증 신규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두가지에 동시에 선정된 지방공기업은 서울시설공단이 유일하다.

▶커피 심부름 없애고, 명찰을 만들다=이지윤 이사장은 서울시에서 강조하고 있는 세가지 키워드인 ‘혁신ㆍ협업ㆍ소통’이 조직 내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문화를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

우선 회의구조를 개선하고 현장소장들과 소통에 나섰다. 현장에서 시민 접점 서비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현장소장들을 처장, 팀장 회의에 포함시켰다. 또 신입사원이라도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보고하고 토론하도록 했다. 회의 참석범위를 넓힌 것.

“처장이 아닌 실무자들이 보고하도록 바꿨어요. 어떨 때 보면 중요한 이야기가 다 빠질 때도 있더군요. 지금은 주임, 대리, 과장급이 직접 다 보고합니다.”

모든 간부들의 커피문화도 ‘셀프’로 바꿨다. 여직원들이 커피 심부름을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10명 이상이 회의를 하면 비서들이 커피를 서빙했어요. 따뜻한 차, 차가운 차, 커피, 카페인 없는 차 등 엄청 신경을 쓰고 있었고, 컵 씻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는 것 같았죠. 그래서 이사장 방이라도 스스로 차를 마시는 분위기로 바꿨더니 점점 커피심부름이 없어졌고 현장에까지 확대돼 뿌듯했어요.”

공간 효율화에도 나섰다. 이사장 방을 반으로 줄였고, 임원실도 줄였다. 대신 좁고 불편했던 비서실과 회의실은 오히려 넓혔다.

2~3시간 이어지는 중역 회의시간에 쉬는 시간도 만들었다. 쉬는시간 없이 이어지는 회의였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누구도 그걸 나서서 바꾸지 않고 있었다.

신입직원까지 모든 직원에게 존칭과 존댓말을 사용하고 먼저 인사하는 것도 이사장이 직접 실천에 나섰다. 가장 큰 고객은 바로 직원인 만큼 직원들의 건강, 업무환경 등을 세심히 살피고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에서다.

“크게 돈 안드는 것은 다 해주라”는 것도 이지윤 이사장의 방침이다.

현장에 ‘주임 아무개’란 식으로 명찰을 만들어줬다. 명찰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고, 용역회사에서 직고용된 분들은 사원증을 못받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공공이 나아갈 방향은=“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PR업무와 시설공단 업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PR분야 커리어를 통해 복잡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과 갈등조율, 사업인수, 소송 등 공기업의 중대현안을 다루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는 민간과 공공, 어찌보면 상반되는 두 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민간과 공공영역이 서로 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역할에 맞게 공공성을 계속 강조하다 보면,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이나 효율을 간과하기 쉽기때문이다.

“민간에 있다가 공공에 와서 5년 가까이 일할 수 있는 것은 제가 받은 혜택이라고 봅니다. 4차 산업은 민간의 협력 없이는 할 수가 없어요. 민간에서 기술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잖아요. 더구나 시설공단은 시의 대행기관이라 시행착오를 할 수 없어요. 민간의 검증된 서비스를 가져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민간과 공공이 서로 잘 협력하는 것이 공공서비스가 나아갈 길이라고 봅니다.”

그는 3년 임기인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때 “서울시설공단의 서비스가 이전 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다”, “공단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2배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정리=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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