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포럼-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자
한국 경제의 성장기반 확충을 위해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정보분석 기업인 지놈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24억 달러로, 조사대상 45개 지역 중 27위에 머물렀다. 대상 지역 가운데 서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위인 것을 고려할 때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치가 크게 낮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현재 세계 각국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영국(테크시티), 프랑스(라 프렌치 테크), 싱가포르(스마트네이션) 등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통해 미국의 실리콘벨리와 같은 스타트업 허브 육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생태계 개선을 위해 비자제도 개편을 통한 해외인재 유치, 특허박스 인센티브와 투자소득 조세감면 등을 통한 세제 지원, 기업 인수·합병(M&A) 규제 최소화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스타트업 육성제도는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문제점은 스타트업 투자를 방해하는 규제들이다. 미국은 구글벤처스, GE벤처스 등 대기업 계열사에 의한 중소벤처 M&A가 활발해 ‘투자→스타트업 성장→투자자금 회수(Exit)→재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등에서 각종 규제를 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스타트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된 펀드의 M&A를 통한 자금회수 비중은 3.2%에 불과하고 펀드의 평균 회수기간도 13.4년이나 된다. 미국의 M&A를 통한 자금회수 비중이 89.6%, 평균 회수기간이 6.8년인 점과 비교할 때 차이가 너무 크다.

특히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가 벤처기업의 주식을 30% 이상 취득하는 것이 계열사 편입이라는 이유로 금지되고 있는 만큼 첨단산업 분야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주회사의 벤처투자회사 보유 허용, 증손회사 편입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기업이 M&A 등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중소 벤처기업에 투입된 자금이 효과적으로 회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수 해외인재 유치를 위해 비자제도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전체 직원의 20%만 가능하고 첨단산업 분야 제조업체로 주무부처 등이 추천해야 50%까지 가능하다.

첨단산업 분야의 해외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이런 획일적인 규정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사학위 소지자 중 세계 200대 대학 졸업자는 1년 이상의 경력이 없어도 E-7 비자가 발급되는데 그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해외인재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다.

창업비자(D-8-4, 기술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법인 설립과 지식재산권 보유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해외의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프랑스가 좋은 사례다. 테크 근로자의 경우 기술, 인력 등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4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재능비자(talent passport)’ 제도를 통해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무장한 창업자가 정부가 인정하는 엑셀러레이터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어도 비자 발급대상이다.

이런 적극적인 해외인재 및 해외자본 유치 노력으로 프랑스 내 기술투자 건수는 2015년부터 3년간 2.75배 증가한 743건으로 유럽에서 1위를 기록했고 기술투자 금액은 2.44배 늘어난 32억 달러로 영국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보가 각국의 경쟁우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된 시점에서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각종 제도와 규제를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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