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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리멤버.U]잊고 살았다, 꽃 놓기도 미안했다..‘참사로드’

[헤럴드경제TAPAS=윤현종 기자]

※ 첫 네 문장은 세로로도 읽어보세요

사는 게 쉽지않아. 행복은 반짝 하고 사라지는데, 불행은 가슴에 오래 남거든.
랑하는 사람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지. 종종 잊기도 해. 너무 힘드니까.
런데, 지웠다 생각해도 자꾸 떠오르잖아. 그 날만 되면.
회없이 잊는 방법은, 그래서 없어.

    4월 16일처럼, 삼풍도, 성수대교도, 아현동도, 잊으려고만 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상처는 잊어라, 덮어야 빨리 낫는다. 어른들은 그랬어요.
그런데, 배가 가라앉았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고, 1460일이 됐어도 이유를 못 밝힌 건 ‘상처’가 아니예요. 잘못이죠.
빨리 잊으려, 덮으려 한 잘못의 흔적은 서울에도 많아요.
백화점이 주저앉고, 다리가 무너지고, 도시가스가 폭발했죠.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해요. 잊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영문 모른 채 떠난 이들도, 그래서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을 서울 그 곳들로 안내할게요. 잊지 않으려면 움직여야 해요.
그러니 눈물은 얼른 닦고 같이 한 발 내딛어요. 미안함을 떨치려면..


   삼풍참사 위령탑 (서울 서초구 양재동 236)

이젠 별이 된 502명의 이름이 새겨진 장소. 억울하게 떠난 분들에게 아주 작으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린 자리보다 위령탑을 먼저 찾은 이유입니다.
여기는 1998년 6월 세워졌어요. 참사 3주기가 되던 해였죠. 위령탑 높이는 8m.


먼저 눈에 띄는 건 “삼풍참사 위령탑”이라는 글씨예요. 가까이 가 봤어요. 첫째ㆍ둘째 글자인 ‘삼’과 ‘풍’의 빛깔이 바랬네요. 20년 간 한 번도 도색을 안 한 것일까요.
가슴이 더 아팠던 건, 탑 양 옆 화분에 걸린 경고 팻말 때문이었어요. 


“왜! 위령탑 앞에 있는 꽃을 가져가십니까?? 자식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마음으로 꽃을 해 놓는데 제발 부탁입니다. 꽃을 가지고 가지 마세요. 자꾸 이런 짓을 하면 당신 가정에 안 좋은 일만 생길테니깐 제발 부탁드립니다. -유족 어머니 마음- ”



가져간 흰 꽃 두 송이를 단상에 놓고 묵념 합니다. 
하나는 먼저 떠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도 아픔을 안고 사실 유족분에게 바쳤습니다. 

탑 뒤로 돌아가면 향과 라이터가 준비돼 있습니다. 향을 피우고, 고개를 드니 무지개 형태 검은 돌에 희생자 502명 이름이 보입니다. 

양재시민의 숲 가장 구석에 자리한 삼풍참사 위령탑(빨간색 네모 안)

아무리 불러도 멀리 있는 그들처럼, 위령탑은 양재시민의 숲 맨 구석에 외로이 섰습니다. 자주 오는 산책객도 잘 찾기 힘든, 으슥한 위치입니다. 

1995년 6월 29일 붕괴된 삼풍백화점(좌), 이후 같은 자리에 세워진 주상복합단지 대림 아크로비스타(우)

   옛 삼풍백화점 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85-3)

5층짜리 거대한 백화점 건물이 무너진 자리를 찾아갑니다.
1995년 6월 29일, 이곳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국가기록원 문서에 따르면 붕괴 시각은 오후 5시 55분 경. 1445 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혀 죽거나 다쳤습니다. 사고원인은 “총체적 부실시공”이었습니다. 

아마도 ‘부실’은 당시 삼풍 측이 뇌물을 써서 집 짓는 땅을 상업용지로 바꾸던 때부터 싹텄는지도 모릅니다.
그 후 토지 용도는 ‘주택용지’로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상가 건축이 가능한 일반상업지역이지요. 

그 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이 땅은 공시가격만 5500억 원 이상인 ‘금싸라기’입니다. 757가구가 사는 최고 37층짜리 주상복합단지로 변했습니다.


23년 전 사고로 지금껏 찾지 못한 실종자 6명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1994년 10월 21일 붕괴된 성수대교(좌), 3년 뒤 성수대교 북단 서울숲 바로 옆에 세워진 위령비

   성수대교참사 희생자 위령비(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5-571)

성수대교 쪽으로 향합니다. 24년 전. 겉으론 멀쩡했던 다리가, 삼풍백화점처럼 한순간 무너져내린 그곳입니다.
이 때 희생된 32명을 기리는 위령비는 성수대교 북단, 서울숲 바로 옆에 있습니다.
 
 

높이 4.5m인 위령비는 참사 3년 뒤인 1997년에 세워졌습니다. 

위령비 뒤엔 등교ㆍ출근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꿈 못 펼치고 떠나버린 무학여중ㆍ고등학교 학생 9명도 함께 있죠.

공교롭게도, 위령비엔 꽃 한 송이, 향 하나 없습니다. 가져간 흰 꽃 두 송이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강변북로 도로 사이 섬처럼 서있는 위령비로 ‘걸어가는 길’은 무척 험합니다. 보행자를 위한 이렇다 할 시설이 아직은 없기 때문입니다. 신체 건강한 성인만 도보로 참배 가실 것을 권합니다. 어린이ㆍ노약자 분은 차량으로만 가실 수 있습니다.

또는 서울숲 전망데크에 서서 다소 멀리 떨어진 위령비를 보며 기도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1994년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당시 사진(좌), 이 자리는 현재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4번출구 위치(우)다.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사고현장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4번출구)

1994년 12월 7일 오후 2시 50분께. 당시 ‘도로공원’으로 불리던 서울 마포구 아현1동 606번지 한국가스공사 아현밸브스테이션 지하실에선 엄청난 폭음이 들렸습니다. 부주의로 방출된 가스에 불씨가 붙어 폭발한 것입니다.

당시 피해는 상당했습니다. 12명이 죽었고 101명이 다쳤습니다. 주변 상가와 집들도 폭삭 주저앉았죠. 이재민은 210가구 555명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다리가 무너진 것 못잖은 큰 사고였지만, 2018년 이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지금 이곳엔 ‘무관심’만 남았습니다.


사고 현장이었던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4번 출구 바로 옆엔 작은 공원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그 때를 떠올릴만한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건 어렵습니다. 꽃 한 송이를 들고온 게 괜히 무안해졌고, 미안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위한 작은 추천

1) 볼 것보단 느껴야 할 것이 더 많은 여정입니다.
2) 추모는 계속돼야 합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결심, 미리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3) 여정마다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보세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찾으면 그 곳이, 조금은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4) 성수대교 위령비로 가려면 지하철 서울숲 역에 내려야 하는데요. 하차해서 계단 오를 때 꼭! 반드시! 5-4 승강장 옆 계단을 이용하세요. 

분당선 서울숲 역 5-4 승강장(좌) 계단 초입에 걸려있는 글 ‘행복심기’(우)

성수대교 위령탑으로 가는길목인 분당선 서울숲 역 5-4 승강장(좌) 계단 초입. 수필가 최원현 씨의 ‘행복 심기’란 글을 바라봅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것은 행복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당일치기 ‘참사로드’ 어떻게 하나요

*준비물: 흰 꽃(국화나 카네이션) 여러 송이, 손수건, 운동화

14:00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 5번출구 집합→400m 가량 도보→삼풍참사 위령탑 도착→헌화 및 참배
15:00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 5번출구→강남역서 2호선 환승→2호선 교대역 6번출구 나와 600m 도보이동→옛 삼풍백화점 자리 도착
15:40 2호선 교대역 6번출구→선릉역서 분당선 환승→분당선 서울숲역→내려서 5-4 승강장 옆 계단→계단 초입에 걸린 수필가 최원현 씨 글 감상→3번출구 나와서 서울숲 쪽 940m 도보이동
17:00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비 도착, 또는 위령비가 보이는 서울숲 전망데크에 올라 헌화 및 참배
17:30 분당선 서울숲역 3번출구→왕십리역서 5호선 환승→애오개역 4번출구→아현동 가스폭발 사고현장 도착
18:30 해산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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