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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대덕에 OLEV를 달리게 하다”…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시장에서 꽃 피울수 있는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 강소 연구소기업 육성,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
- 지식창출에서 가치창출 역할로 미션 변화
- “4차 산업혁명시대는 마치 컬링처럼…기업이 드로잉하면 정부가 스위핑해 목표에 도달하는 팀워크 이뤄야”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대학과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들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심장, 폐, 위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장기(臟器)에 해당되고, 특구진흥재단은 이들을 이어주는 혈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와 심하면 뇌출혈을 일으키죠. 재단은 이 같은 병목현상(Bottle-Neck)을 제거하고 치료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대덕, 대구, 부산, 광주, 전북 등 국내 5개 연구개발특구를 총괄하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수장으로 선임된 양성광 이사장은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등 중앙부처에서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온 양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산ㆍ학ㆍ연ㆍ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 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dcorp.com]

▶대덕에 전기차를 달리게 하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일자리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연구개발특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양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특구진흥재단이 지금까지 수행해 온 사업들에 대한 철저한 성과분석에 착수했다.

효율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원천성이 없고 사업화 가능성이 부족한 ‘그저 그런’ 기술에 대한 지원은 대폭 삭감했다.

주말도 반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우수한 원천기술을 찾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현장에 내려와 보니 한 가지 답답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출연연구기관이 밀집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과학기술을 알릴 만한, 그리고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지닌 랜드마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최근 그에게 하나의 구상이 떠올랐고 곧 그 아이디어는 실행을 앞두고 있다.

그는 대덕특구 내 출연연간 자연스런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KAIST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활용, 대덕특구 순환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OLEV는 주행 및 정차 중 도로에 설치된 급전인프라를 통해 비접촉 자기방식으로 전력이 공급돼 별도의 충전시설이 필요없는 전기자동차다.

전체 운행구간 중 시점ㆍ종점ㆍ정류장 등 10% 정도에만 전기선을 매설하면 나머지 구간에서도 배터리를 통해 차량 구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현재 KAIST 교내와 과천 어린이대공원에서만 운행되고 있는 등 본격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양 이사장은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의 무게, 가격,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의 측면에서 기존 전기자동차보다 상용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KAIST 문지캠퍼스와 대덕연구단지 종합운동장에 스테이션을 구축해놓으면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대덕출연연은 가까운 거리라도 자동차 없이는 다닐 수가 없죠.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굳이 차를 갖고 다닐 필요 없이 대덕 단지에 하나의 브랜드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 이사장의 제안은 현재 특구재단과 KAIST, 출연연 등이 초기투자비를 공동 부담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중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로 대덕특구가 우수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보다 질…부실 연구소 기업에 ‘메스’= 그는 재단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보유한 연구성과물을 사업화하는 연구소기업 육성의 ‘메카’로 육성하는데도 관심이 크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부실 연구소 기업을 솎아내는 일이었다.

연구소기업은 출연연 등이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가 주 목적으로 설립 후 3년간 소득 법인세 감면, 취득 등록세 면제, 7년간 제산세 100%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받는다.

지금까지 전국에 설립된 연구소기업은 550개에 달할 정도로 외형적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외형적 성장 만큼 정부의 세제지원을 노린 부실 연구소 기업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는 이런 부실 연구소 기업들에 ‘메스’를 댔다.

양 이사장은 “기존 2년간 R&BD(사업화과제연구개발) 지원방식에서 1년 지원 후 성과가 우수한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별해 추가로 1년을 지원하는 ‘1+1 형태’로 개선했다”면서 “자본금 규모별 연구소기업 설립조건을 다양화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양질의 연구소기업 설립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진흥재단은 시장 경쟁력, 성장성 등 철저한 역량 진단을 통해 견실한 연구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 부실 연구소기업을 최소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한국과학기술지주, ETRI 홀딩스, 미래기술지주, 대학기술지주 등 직접 투자 방식으로 공공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관이 투자한 기업에 특구진흥재단에서 R&BD 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구진흥재단은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1만2000개를 만드는 방안을 골자로 한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연구개발특구에 대학, 연구소 등 핵심기관 중심의 소규모 공간 범위를 가지는 강소특구 모델을 도입하고 연구소기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해외 취업ㆍ창업도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양 이사장은 “내실있는 특구 사업 운영을 통한 직접고용으로 좋은 일자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기술사업화 방식 중 기술출자 및 기술이전 방식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으며, 일반 기술 창업 및 기술금융을 통한 고용상승 성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구의 재원만으로는 과학기술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부족해 특구 내 다양한 자원 및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효과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양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과 기술 변화에 따라 제도와 규정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컬링에서처럼 기업이 드로잉하면 정부가 스위핑해 최종 목표에 도달시키는 팀워크를 이루는 방향으로 변화 발전해야합니다. 정부의 R&D 기조도 기초 원천기술, 국민의 안전 및 생활에 직결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nbgkoo@heraldcorp.com


▶답은 ‘현장’에 있다…양성광의 ‘버들붕어 철학’

- 직원들에겐 ‘엄마’ 같은 리더
- 시민과 연구개발특구 소통 앞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항상 제 집무실 문은 열려있습니다. 문을 닫아 놓으면 소통이 잘 안돼요. 직원들이 제가 시간이 괜찮은지 눈치를 봐야 하는데, 제 모습이 안보이면 어려울 수 있잖아요.”

양성광 이사장의 집무실은 업무시간 동안 아직까지 한 번도 닫힌 적이 없다.

칸막이 없는 소통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그의 최우선 가치가 함께 녹아 있는 까닭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dcorp.com]

양 이사장의 집무실에는 버들붕어를 키우는 어항이 있다. 매주 물을 갈아주고 어항 청소까지 모두 양 이사장이 직접한다.

버들붕어는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몸의 무늬나 지느러미 색이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독특한 물고기다.

그는 버들붕어를 오랜 시간 키우다보니 이젠 붕어가 밥 주는 사람을 다 알아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항 속 붕어 한 마리에도 정성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양 이사장이 올 1월 취임하기까지 재단은 7개월 가량 기관장 공백을 겪어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 이사장은 인사발령에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청취했다.

“일일이 직원들의 역량과 그동안 일해 온 과정 등을 소상히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직원들의 의견 수렴과 인사혁신 태스크포스(TF)에 대한 의견, 직원들 인터뷰 등을 통해 모인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려 했습니다.”

양 이사장은 취임 후 매월 생일을 맞은 직원들에게 직접 축하 모임을 마련하고, 선물 증정과 함께 고충을 청취하는 ‘엄마’같은 리더로도 통한다.

“지난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국밥집에서 따뜻한 국밥 한그릇씩 했습니다. 한 여직원이 생일이 평일인데다 본가가 서울이라 생일을 늘 혼자 보냈다고 했어요. 기관장에게 직접 축하도 받고 따뜻한 밥도 먹으니 집에 온 듯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론 마음이 짠하면서 고맙기도 해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3년간 직원들이 ‘직장이 즐겁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재단을 시민과의 소통의 창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사실 시력이 좋지 않아 사람들을 만난 뒤 회의실만 나가면 그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해, 처음 보는 분들은 관심이 없나 섭섭해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시 구절처럼 ‘오래 보고, 천천히 알아가는’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 오래도록 시민들, 그리고 특구 가족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양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결국 지켜나가야 할 것은 재능 보다 인성”이라며 “시민과 함께 하는 살맛 나는 특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성광 이사장이 걸어온 길>

▷1960년 대전 출생
▷한양대 화학공학(학사), 서울대 화학공학(박사), 미국 퍼듀대학 화학공학(박사)
▷1986~2001 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과
▷2001~2002 과학기술부 기술개발지원과장
▷2002~2006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파견
▷2006~2007 과학기술부 원자력협력과장, 기초연구정책과장
▷2007~2008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
▷2008~2009 대통령실 과학비서관실
▷2009~2011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분석관, 교육정보정책관
▷2011~2011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
▷2011~2012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정책관
▷2012~2013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2013~2013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선도연구실장
▷2013~2016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
▷2016~201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장
▷2017~현재 한국과학관학회 회장
▷2017~현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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