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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4주기-철거 앞둔 안산 분향소]“다른 곳에 가도 찾아주실테니 슬프지만은 않네요”
-16일 합동 영결ㆍ추도식 끝으로 4년만에 철거
-추모객 발길 이어져…곳곳에 편지ㆍ국화꽃
-“분향소 사라져도 아픔, 꼭 기억하겠습니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다른 곳에 가더라도 찾아주실 분들이 계시기에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故영석 군 父 오병환(48) 씨.

다가오는 세월호 4주기를 맞이해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4월 16일 합동 영결ㆍ추도식을 마지막으로 4년 만에 철거될 예정인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4년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한 유가족과 지인, 시민들의 시간이 곳곳에 배어있다.

[8일 찾은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세월호 합동분향소.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지난 8일 방문한 합동분향소는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고인을 향해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유족들의 편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네 생일이어서’, ‘꿈에 네가 나와서’, ‘그냥 갑자기 그리워서’ 분향소를 찾았다며 남긴 절절한 마음 담긴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친구가 그리웠던 생존자 학생들이 남긴 편지도 있었다. 故 제세호 군의 한 친구는 생전 주변을 살뜰히 챙겼던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편지로 썼다. 새로운 연인이 생기면 항상 ‘내 친구 잘 부탁한다’며 신경써주던 자상함이 유난히 그리웠다고 썼다. 누군가의 친구로, 자식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을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면면이 드러나는 저마다의 사연들이 국화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슬픔과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은 채 달라진 세상을 다짐한 이의 흔적도 엿보였다. 고인의 영정 앞에 어떤 이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故남윤철 은사의 영정 앞에 선 한 제자는 고인에게 배운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편지를 고이 적어 남겼다. 곳곳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남은 잉크 번진 편지에는 ‘저는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꼭’이라며 두 번 적어 다짐한 제자의 마음이 남아있었다.

[8일 찾은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세월호 합동분향소의 모습. 합동분향소는 이번 4월 16일 합동 영결·추도식을 마지막으로 4년 만에 철거될 예정이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4년의 시간동안 시민들을 맞이하며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간이 됐던 합동분향소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타지역 시민들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학부형 허원석(45ㆍ경기도 수원) 씨는 “초등학생인 자녀가 얼마전 세월호 관련 학교 숙제를 하더라. 부모들이 세월호에 대해 제대로 배워서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제대로 기억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분향소는 사라지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잊혀지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추모가 계속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번째 합동분향소 방문이라는 방문객 이중현(31) 씨는 “세월호 참사 후 일본에서 사진전을 열며 세월호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했다. 타국인 일본에서도 많이들 눈시울을 붉혔던 비극이었다”며 “비극 이후 세상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인들이 남은 억울함 없이 편히 쉴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8일 찾은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세월호 합동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8일 세월호 희생자 故영석 군 父 오병환(48) 씨가 손에 붙인 ‘리멤버 제주 4ㆍ3’ 판박이. 오 씨는 세월호 이후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더 눈뜨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4년간 지켜온 합동분향소 옆 컨테이너 건물에서도 곧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그동안 세월호를 잊지 않고 찾아와준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영석 아빠 오병환(48) 씨는 “명절마다 찾아와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준 국민들 덕에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다. 멀리서 음료수를 손에 들고 찾아왔던 분들, 조심스레 유가족 대기실 컨테이너 건물 문을 두드려준 시민들께 고맙다”고 말했다. 세월호로 가족을 잃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됐다는 오 씨의 손에는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주4.3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에서 붙인 ‘리멤버 제주 4ㆍ3’이란 판박이 문구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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