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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4주기-팽목항 지키는 사람들]“잊지 않을게”…세월호 떠난 그 섬엔 ‘바람길’이
-팽목항 ‘기억의 벽’ 만든 작가들, ‘팽목 바람길’ 조성
-갈대밭 베어 가며 길 만들어…“슬픔 잊지 않았으면”
-주민들 “세월호 잊어선 안 돼” 선체존치 여부 논의중

[헤럴드경제(진도)=유오상 기자] 4년 전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가 돼버린 진도 팽목항은 여전히 그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잊혀지고 있어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당시의 아픔을 함께 나눴던 추모객들도 다시 찾은 팽목항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지금, 당시 참사의 현장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 참사를 함께 슬퍼하며 팽목항을 수놓았던 작가들은 주민들과 함께 도보길을 조성했고, 지역 주민들도 참사를 잊어선 안 된다며 선체 존치와 함께 기념물 건립을 논의 중이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가 진도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팽목바람길‘이 시작되는 진도 팽목항의 모습.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가장 먼저 ‘세월호 기억의 벽’이 보인다. 손바닥 정도 크기의 타일 4000여장에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메시지를 빼곡히 담아 방파제 길을 수놓은 작품이다. 기억의 벽을 만든 동화 작가들이 이번에 잊혀져가는 팽목항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도보길을 만들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이하 작가연대)는 지난해 겨울부터 진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팽목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팽목 바람길’을 조성해 오는 14일 개통식을 준비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작가연대의 유하정 작가는 “가장 슬픈 참사로 기억되는 세월호 참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진도 주민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길을 잘 아는 주민들과 논의해 바람길 코스를 정하고 가시넝쿨과 갈대를 베어 가며 바람길을 함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연대는 참사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도 주민들과 함께해왔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 탓에 피해를 본 동거차도 어민들을 위해 미역 판매에 직접 나섰고, 최근에는 팽목 바람길 코스를 추가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유 작가는 “안전한 도보길 조성을 위해 주민들과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민들도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길을 걸으며 세월호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지난 2015년 4월 16일, 참사 1주년을 기념해 팽목항 방파제길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의 벽‘은 지금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주민들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진도군청에서는 세월호 선체 존치를 위한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현재 선체 존치 후보지는 전국적으로 5곳인데, 후보 중에는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팽목항 매립지와 서거차도가 포함돼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선체 존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세월호 참사가 그대로 잊혀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모두가 의견을 함께했다. 공청회에서는 선체 존치뿐만 아니라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한기민 진도발전연구소장은 지난해부터 진도 주민들과 함께 세월호 선체의 진도 존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한 소장은 “세월호가 떠난 후 팽목항과 진도의 슬픔이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해 1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여론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진도발전연구소가 지난해 1월 주민 8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세월호의 진도 존치에 찬성했다. 반대는 19%에 그쳤다. 한 소장은 공청회를 비롯해 반대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서며 세월호 선체 존치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참사 당시 생존자들을 직접 구조하고 돌봤던 서거차도 주민들도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선체 존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권삼 서거차도 이장은 “당시 참사로 아직 피해를 겪는 주민들이 있지만, 당시 안타까웠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선체 존치에 찬성한다는 주민들의 입장을 공청회에 전달했다”며 “당시의 슬픔이 사람들에게서 점차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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