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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낙태죄 폐지에 함께 높이 떠오른 ‘미프진’이라는 공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낙태’. 한자 뜻 그대로 하면 ‘아이 뱄음을 떨어뜨린다’는 뜻입니다. 용어 자체에 이미 부정적인 어감이 포함돼있는 것이죠. 이에 이 글에선 의학용어인 ‘인공임신중절’이란 표현을 사용할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미프진’의 등장

작년 9월 마지막 날. 청와대 홈페이지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인공임신중절 수술시 해당 ‘여성’과 ‘의료진’만 처벌하고 있는데 이를 이들의 ‘죄’로만 보진말자는 것입니다.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것이 ‘미프진’이었습니다. 미프진(Mifegyne)은 착상을 이루는 호르몬인 황체호르몬의 정상적인 활동을 일시적으로 방해해 착상을 막거나 이미 착상된 수정란을 떨어뜨려 유산의 효과를 가져오는 소위 ‘먹는 임신중절약’입니다.

우리나라는 임신중절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해당 약품의 수입도, 유통도 당연히 ‘불법’입니다. 하지만 많은 웹사이트를 통해 미프진 약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팔 수는 있다’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의 차이

국내와는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임신이 확인된 여성 중 임신 7주 이내인 것이 확인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있으면 구입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입니다. 미국 외에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약물에 대한 안정성과 효과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료계에선 미프진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복용시 구토, 현기증, 심한 복통이 있을 수 있고 불완전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WHO에서도 약의 ‘효과’를 확인했는데 왜 국내 의료계에서만 유독 반대가 심한걸까요?







이는 ‘약의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과 ‘판매 가능성’의 개념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갭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미국 FDA에서 승인한 것은 어느 정도 약의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돼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식약처에서 판매허가를 내준 셈이다. 하지만 판매허가가 났다고 해서 그 약이 100% ‘안전’한 건 아니다. 특히 미프진은 발견되어온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국내 도입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국가들에서 ‘유통’은 되고 있지만 대부분 엄격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는 경우에만 복용 가능하며 부작용이 있는 것도 명백한 것입니다. 하혈, 구토, 구역질, 설사, 발열, 쇠약감이 지속되며 기타 감염이나, 자궁외 임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

인공임신중절수술과 유산유도약 모두 불법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상 없습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사실상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땐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사후피임약이라고도 부르는 ‘응급피임약’을 처방받는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관계를 가진 지 3~5일 안에 복용을 하는 것이다. 사실상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나서 먹는 게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임신이라고 확인이 된 경우엔 이미 응급피임약을 복용해도 늦은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시급한 토론

청와대에선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다시 시작하고 청소년피임교육 체계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한 전문 상담을 약속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도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사건’이 현재 진행중입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확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미프진’을 복용한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몸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고 있는 것이죠. 관련 논의를 여유롭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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