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은 기이한 수학자였다. 1802년에 태어나 26세에 요절한 그는 5차 이상의 방정식엔 일반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노답 증명’이 그의 최대 업적이다. 아벨 이전 수백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혔던 5차방정식의 일반해를 구하려던 노력은 아벨 덕분에 종료됐다. 아벨 이후 수학자들은 그래서 새로운 난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후 ‘푸앵카레 추측’ 등은 이미 증명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5차보다 높은 6차 방정식이 놓여있다. 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방정식의 근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에는 일반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아벨 덕분일까. 문 대통령은 6차 방정식을 2차 방정식으로 고쳐서 접근중이다. 남북이 최우선 만났고, 이후 남한은 우방인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중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 해결 접근법을 근원적으로 바꾼 것(6차→2차)은 과거 실패 사례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6자 회담’이라는 논의의 틀은 단 한 나라만이라도 ‘변심’하면 협상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과거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시도는 일본의 문제제기에 미국이 일본측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틀어졌다. ‘6자회담은 남북-북미 이후’라는 청와대 설명도 그래서 나왔다.
각 국가간 상황은 어떤가. 한반도의 현재 구도는 남한과 북한이 중심이다. 한국-미국-일본이 한편이고 북한-중국-러시아가 또다른 한편이다.
남한을 중심에 두고 보자. 남한과 북한은 분단된지 70년 가까이 된 지구상 유일 분단 국가다. 지중해 섬 키프로스가 터키와 그리스 세력으로 갈라져 있지만, 왕래가 비교적 자유로워, 한반도는 곧잘 지구 유일 분단국으로 명명된다. 지난해엔 극동의 화약고였지만, 현재는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국과 일본은 사이가 안좋다. 위안부 문제는 그 중 일부다. 틈만나면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관료들은 한국인들 가슴에 불을 지핀다. 그럼에도 한일은 관계가 나쁘지 않다. 한국엔 많은 수의 일본 문화 마니아가 있고 엔저 상황 지속은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을 늘게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엔 이웃 나라와 서로 사랑하며 너무 사이 좋게 지내는 국가들은 많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합이 잘 맞다. 사실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을 향해 ‘100% 신뢰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던 것은 역대 없던 일이다. 양 정상이 올들어 한 통화만도 수차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법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적어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란 단어로 한반도 문제를 논외시 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을 중심에 두고 보자. 북한과 중국 양국의 외교 상황은 장성택 처형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중국을 방문했다. 국빈 환대가 이어졌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준 선물만 3~4억원 어치다. 전통의 혈맹 재확인이다. 중국의 국부 ‘마오’의 아들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 북한과 중국은 사실 실제 피를 나눈 사이다.
북한과 러시아 역시 전통의 혈맹이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구소련의 스탈린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아 한국 전쟁을 치렀다. 경제제재 때문에 유류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북한에 유류를 건네다 적발된 선박 대부분의 국적도 러시아다. 최근엔 양국 교류도 활발하다. 러시아 극동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교역액은 최근 2년 사이 82% 늘었다.
문 대통령이 치러야 하는 한반도 외교전쟁엔 복잡 변수들이 즐비하다. 여전히 일본은 북한의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고,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해 신뢰와 불신의 양가 반응을 하루걸러 엇갈리게 내놓고 있다.
북한 역시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 김 위원장은 중국을 열차로 방문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나온 후에도 미국을 비판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부정선거 논란속에 ‘21세기 차르’란 비아냥을 듣고, 시진핑 주석은 사실상 종신통령직에 올랐다. 2차 방정식으로 접근하는 문 대통령 한반도 외교의 끝이 ‘평화정착’으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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