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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이던 시집은 어떻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었나
다고 기치로 전 NHK PD가 발굴한 윤동주의 진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17년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었다. 그의 시와 삶이 많은 조명을 받으며 많은 이들이 시혼을 그렸다. 윤동주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일본에서도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1995년 KBS와 공동으로 NHK 스페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전 NHK 베테랑 PD 다고 기치로씨도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30년째 윤동주의 삶을 쫒고 있다. 그는 특히 윤동주의 유일한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집 제목이 애초 ‘병원’이었던 사실에 주목했다. 아픔과 고통, 소멸이란 죽음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명을 노래하는 것으로 바뀐 걸까?


윤동주는 애초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계기로 열여덟편의 시를 엮어 출판을 바라며 시집을 준비했다. 입학 직후인 1938년 5월10일의 ‘새로운 길’이란 시부터 마지막 작품 ‘별 헤는 밤’까지 재학 4년동안 쓴 것들이다. 윤동주는 세 부를 만들어 한 부는 스승 이양하 선생에게, 다른 한 부는 친구인 정병욱에게 주었다. 또 자신을 위해 작성한 나머지 한 부는 후에 교토에서 윤동주가 체포됐을 때 경찰에 압수돼 돌아오지 않았다.

윤동주가 ‘병원’이란 시집을 완성한 것은 1941년 11월5일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서시’로 알려진 새로운 권두시를 쓴다. 이 시가 완성된 게 11월20일이다. 이 시에 ‘하늘’‘바람’‘별’이 상징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병원’이었던 시집이 11월20일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제목의 시집으로 새롭게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는 서시와 함께 마지막 시 ‘별 헤는 밤’에 4행을 추가했다. 우리가 잘 아는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란 시구다. 그렇게 바뀌기까지 그 기간은 대략 2주다.

기치로씨는 11월5일부터 20일까지 윤동주의 가슴 속에서 매우 집약적으로 변화의 드라마가 전개됐다고 말한다. 그는 스승인 이양하에게 보여준 시집이 “잘 썼네만, 이 내용으로는 출판은 어렵겠네”란 말을 듣고 좌절하면서 죽음과 영원으로의 시상과 사상으로 심화· 성장했다고 분석한다. 

기독교적 사상과 신앙이 그런 심화와 비약을 재촉했다. 일본의 폭압적 지배와 제국주의적 팽창이 미국과의 개전을 앞두고 가혹해지는 시기에 시집 출판이 좌절됨으로써 번민이 더 깊어지면서 오히려 그 괴로움을 뛰어넘어 영혼을 성숙·정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로써 윤동주는 생전에 한 권의 시집조차 세상에 내놓지 못했지만 진정한 시인, 불멸의 시인이 됐다는 것이다.

기치로 씨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태어나기까지 약 2주간의 시간을 기적이라고 본다. “혼자만의 고독한 정신의 영위속에서 사상이 익게 하고 역전적인 발상을 통해 빛 가운데 시어를 빚어낸 윤동주의 집약적인 성장”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치로 씨는 자신이 새롭게 발굴해낸 결과물을 정리해 ‘생명의 시인 윤동주’(한울)를 펴냈다.이 책에는 그가 발굴한 윤동주가 체포되기 한, 두 달 전 1943년 초여름 교토의 도시샤대학 학우들과 우지강으로 소풍가서 찍은 생전 마지막 사진도 실려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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