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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버스 온다”…중앙차선 정류장 무단횡단 예사
“버스·지하철 놓치면 지각”
빨간신호등에도 습관처럼 질주
“대중교통 에티켓 최소한의 약속”


지난 4일 출근시간, 서울시 은평구 연신내역 앞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승객 10여명이 버스가 멈춰선 사이 지하철역으로 우르르 뛰어간다. 신호는 빨간 불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일부 손을 들고 뛰는 사람들도 보였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늘고 있지만 신호를 무시한 무단횡단 등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지하철 인근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을 둘러본 결과 무단횡단은 습관처럼 행해지고 있었다. 정류장까지 거리가 보통 2~3차 이내로 짧아서 빨간불에도 무단 횡단을 하는 보행자들이 적잖다. 

서울 은평구 버스정류장 근처 빨간불이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인근 버스정류장.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반대로 지하철역에서 나온 일부 시민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자동차 도로 신호가 빨간불 일 때 자동차가 멈춰 섰을 때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쪽, 쌍방으로 무단횡단이 속출했다.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는 ‘급해서’였다. 연신내역에서 만난 정모(28ㆍ여) 씨는 “당장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지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김모(19) 씨도 “늦을 것 같아서 사람들과 함께 뛰었다. 잘못된 일인 것은 알지만 신호가 바뀌기 전에 조금 일찍 건너는 거라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마조마 했다. 한 버스기사는 “출근길 무단횡단이 제일 심하다. 단체로 우르르 지하철을 타러 뛰어가는데 사고 날까봐 걱정된다”며 “내려서 뛰는데 말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날까봐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찰관계자는 “버스중앙차선 근처에서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아무리 급하더라도 신호가 바뀌고 나서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이 2013∼2017년 5년간 무단횡단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서울 시내 교통사고 사망자 1823명 가운데 보행자는 1041명으로 절반을 웃도는 57.1%였다. 이 가운데 무단횡단 사망자는 618명으로 전체 보행 사망자의 59.4%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행자 사고의 절반 이상이 모두 무단횡단으로 발생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규범이 어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 질서가 무너져 사회전체가 혼란스러워 진다. 결국 모두에게 이익보다는 손실을 가져다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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