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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원버스 입석 스몸비족급정거땐 위험천만…
백팩으로 머리쳐도 나몰라라

그들이 스마트 폰에 눈을 뺏기고 이어폰에 청각까지 마비됐다면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 좌석에 앉아있던 승객이 내려야 한다고 소리쳐도 모르고, 자신의 가방이 누군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급정차 됐을 때야 비로소 그들은 온몸으로 반응한다.

버스 스몸비(Smombieㆍ스마트폰과 좀비 합성어) 얘기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 퇴근길 만원 버스 안. 버스 운전기사가 버스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울 때마다 서있는 사람들에게 “좀 들어가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빽빽하게 서있는 10여 명의 승객들은 꿈쩍도 안 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 손으로 스마트폰으로 쥐고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스마폰에 몰두한 나머지 버스기사의 목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승객들. 정세희 기자/say@

버스 기사의 목소리만 못들은 게 아니었다. 좌석에서 내리려는 승객이 “잠시만요”라고 손짓을 해도 좌석을 막은 채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했다. 60대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30대 남성 승객에게 “거 참 내립시다”라고 툭툭 치자 그때서야 그는 자리를 비켜줬다.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쇼핑백이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 머리를 계속 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이수연(48ㆍ여) 씨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가방으로 앉아있는 사람 머리를 눌러도 모르고, 치워달라 해도 잘 못 듣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이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도 지나치고 허둥지둥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버스 스몸비들은 남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안전도 위태로워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을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한 20대 여성은 버스가 급정지하자 몸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쏠리면서 “으악” 소리를 질렀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어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한 듯 보였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차하면서 발을 헛디디는 경우도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은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메시지를 보내다가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버스 스몸비들의 등장에 버스 기사들은 운전하는 데 걱정이 더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버스기사는 “신경을 써서 운전하지만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있다. 뒤에서 휘청거리는 승객들을 보면 불안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 방어기제가 작동되지 않거나 뒤늦게 작동돼 긴급한 상황에서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이동하는 차량에서 서있을 때는 특히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는 상태가 돼야 하는데, 스마트폰에만 집중력이 편향돼 위험하다”며 “스마트폰을 꼭 봐야만 한다면 차량이 정지해 있는 순간 잠깐 보는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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