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미성2차가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압구정 지구의 24개 단지, 1만여 가구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미성2차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D등급으로 결정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조건부 재건축은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이 없는 경우 시기를 조정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달 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경우 재건축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 아파트는 그 이전에 안전진단 용역업체를 선정해 규제를 피했다. 1987년 12월 준공해 지난해 말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우자마자 부랴부랴 사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등 다음 사업 단계도 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로써 압구정 지구는 모든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압구정 지구는 1구역(미성1ㆍ2차), 2구역(현대9ㆍ11ㆍ12차), 3구역(현대1~7차, 10ㆍ13ㆍ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ㆍ4ㆍ6차), 5구역(한양1ㆍ2차), 6구역(한양5ㆍ7ㆍ8차) 등 6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이 아닌 통합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 밑그림이 될 지구단위계획을 마련 중이다.
미성2차는 최고 17층, 9개동, 911가구 규모로 압구정 지구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한남대교와 바로 붙어있어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용적률이 233%여서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 일대 T공인중개사는 “바로 옆 미성1차는 용적률이 153% 밖에 안돼서 원래 함께 사업을 추진하려다 갈라선 적이 있다”며 “교통 요지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교통 관련 인허가가 쉽게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35층 이하로 지으라’는 층고 제한, 올해부터 시행되는 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사업의 험로를 예고하는 요소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