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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콜렉터와 셀피 찍는 남자 ‘제프 쿤스’
지난 3월 27일 홍콩 컨벤션센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18’의 VIP오픈이 한창인 전시장 한복판에 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한 명의 남자 때문이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핫 한 현대미술작가로 꼽히는 제프 쿤스.

그가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 미국계 화랑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 부스에 나타난 것이다. 주변은 삽시간에 그와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로 북새통이 됐다.

아이돌 혹은 팝스타와도 같은 대접이 자존심 강한 작가에겐 싫을 수도 있겠건만 제프 쿤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과 셀피를 찍으려는 관객들 한 명 한 명과 포즈를 취했다. 뒤 일정에 늦을까봐 옆에 섰던 매니저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정확히 스타들의 그것과 겹쳤다. 주변이 어떻든 제프 쿤스는 관객들과 대화하고 사진찍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아트페어에 작가가 나타나 이렇게 콜렉터들과 직접 대화하는 건 흔치않은 광경이다. 아무리 아트페어가 대중친화적이고,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동시대 미술계 모든 인사가 모이는 가장 힙 한 이벤트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아트페어에 작가가 참석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작품이 직거래되는 곳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껄끄럽고 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작품 판매는 화랑에, 자신은 거래와 관련한 모든 관심을 끊고 전시와 작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작가의 덕목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작품을 사고파는 장터에 작가가 간다는 건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일이었던 것.

그러던 분위기가 최근 바뀌고 있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화랑들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작가를 동행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고싶어하는 고객과 직접 대화하기도 한다. 대면이 힘들다면 부스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콜렉터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심지어는 제프 쿤스처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기도 한다. 이용우 상하이히말라야미술관 관장은 “쿤스는 전시장 혹은 아트페어엔 늘 완벽한 정장차림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작품을 사는 콜렉터와 관객에 대한 예의이자 존경심의 표현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고 말했다.

갑자기 자신의 나이를 밝힐 거면 기사를 쓰지말라던 작가와 개인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도 나타나지 않았던 작가들 그리고 간담회에 나와서도 작품으로만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물론 이 모든 건 작가의 선택이다.

게다가 예술이 모든 사람이 다 이해해야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아야하는 장르도 아니다. 따라서 이를 비난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다만 적어도 대중과 접점을 넓히고 싶은 작가라면, 제프 쿤스의 행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관객이 행복하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도 행복해 진다면 그만큼의 불편은 충분히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실시간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SNS)가 일반화된 시대라면 더더욱 말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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