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경화 “레전드요? 그 말 들을때마다 몸이 근질”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표
‘기가막힌 한 폭의 그림’ 위해 노력


“제 이름 앞에 자꾸 ‘레전드’를 붙여주는데, 그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레전드 정도가 되면 뭘해도 쉽게 쓱쓱 나올 것 같은데 전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뭘 해도 아직도 이렇게 기를 써야 하고 힘이 들어요.”

‘바이올린 여제’,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수식어가 잔뜩 붙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는 이 같은 호칭들이 “끔찍하다”고 했다. 

정경화가 7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받고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칠순을 맞은 그는 아직도 현 위에서 ‘기가 막힌 한 폭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정경화는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33번째 앨범 발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어떻게든 내 속에 있는 걸 다 빼내서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객석에 앉은 한 명 한 명이 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저마다 얼마나 몸부림치며 인생을 살아나갑니까. 음악은 위로입니다. 본인의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서 음악 속에서 함께 흔들리고 미움도 받고 사랑도 느끼는 게 바로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죠. 그런 걸 관객에게 주고 싶어서 평생 만 퍼센트 노력했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게 관객입니다.”

그는 2016년 평생 숙원으로 남아있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녹음한 데 이어 올해 33번째 정규 앨범 ‘아름다운 저녁’을 발매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포레와 프랑크, 드뷔시의 작품들로 채운 곡이다.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앨범 중심에 배치하고 각 작곡가를 대표하는 유명한 소품인 포레의 ‘자장가’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을 디저트처럼 엮었다.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아름다운 저녁’도 포함됐다. 정경화의 녹음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해진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32년 만에 새롭게 녹음해 한국판 앨범에 보너스 트랙에 넣었다.

정경화는 “33번째 앨범을 낸다니까 익숙한 일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녹음할 때마다 ‘힘들어서 다신 못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온 기력과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포레의 ‘자장가’는 “손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녹음했다”며 웃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