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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류성창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대입정책
2년전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실력에 충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방한해 인간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농담까지 주고받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며, 교육 분야의 변화도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한 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공지능이 대신 할 수 있는 영역은 줄여가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가는 것이다.

미래에 모든 집에서 기계가 음식을 한다면, 기계가 담당할 기술을 학생에게 가르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학교는 사라지게 되며, 인간 영역에서 필요한 학교가 생길 것이다.

기계와 인간의 영역 구분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미래의 생명의료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증상을 정확히 측정하고, 질병을 진단해 처방을 적절히 내리는 활동은 미래의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나 개발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의 연구력이 인간을 추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관련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연구 ‘방향성’이나 연구의 ‘문제’는 인간에게 주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생명공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인간을 위한 분야이며, 연구와 개발의 필요는 인간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교육은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현실에서 문제를 찾아 의문을 던지며, 그 과정에서 인간만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미래의 기술이 인간보다 잘 하게 될지 몰라도, ‘문제의 제기’는 여전히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국 교육 문제의 궁극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기계가 감당할 영역은 줄이고, 인간이 담당할 영역은 확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평가가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설명하며 인간 삶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 미래기술이 활용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더 이상 주어진 항목 중에서 고르거나 암기되고 저장된 정보를 찾아 꺼내어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의 평가는 필요하지 않게 된다.

수동적 문제해결이 아닌 능동적 문제인식 및 문제제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방식의 평가가 요구된다. 만들어진 결과는 논술형식의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예술작품이나 과학탐구의 보고서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가장 잘 타는 순서를 가려내는 올림픽 경기의 경우 아무리 능력을 세밀히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문항을 고르라거나 외운 것을 적어내도록 하는 평가는 결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평가는 그 자체로 틀린 평가이기 때문이다.

미래 한국의 대학입시 역시 효율성에 사로잡혀 사람을 줄세우는 평가가 아닌,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궁극적으로 한국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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