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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예찬(한병철 지음,김영사)=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자기착취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그린 ‘피로사회’로 잘 알려진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신작 ‘땅의 예찬’(김영사)을 독일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했다. ‘정원으로의 여행’이란 부제를 단 책은 3년 동안 매일 정원을 가꾼 철학자의 정원일기다. 어느 날 땅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에 정원일을 하기로 한 그는 정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잃어가고 있는 육체의 물질성과 새로운 감각들을 얻게 된다. 그의 정원일기가 색다른 점은 겨울에서 시작한다는 점. 흔히 겨울정원은 일하지 않는, 버려진 곳으로 여기지만 그는 꽃피는 겨울정원을 위해 여름부터 일을 시작했다. 얼음서리와 눈, 추위에도 피어난 꽃들의 이름을 그는 하나하나 불러낸다. 데이지꽃, 영춘화, 올분꽃나무, 겨울바람꽃, 갈란투스, 에리카, 풍년화 등. 그는 그런 꽃들을 걱정하며 타자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각 식물들의 태생지와 어떤 신비한 마법을 지니고 있는지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는 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눈길을 느끼기에 충분하다.저자는 비밀의 정원에서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뻗어 꽃들과 교감하고 시인과 철학자들을 불러내 대화하며 향기로운 사색의 공간을 엮어낸다. 

아들아, 외로울 때 시를 읽으렴(신현림 엮음, 사과꽃)=‘늘 취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저기에 있다/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히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한 과제이다.//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냐고?/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보들레르의 시 ‘취하라’). 신현림 시인이 7년 전 큰 호응을 얻었던 ‘딸아, 외로울 때 시를 읽으렴’의 후속으로 아들편을 냈다. 세상의 아들들이 지치고 외로울 위로를 얻고 디딤돌로 삼을 만한 보들레르의 시를 비롯한 세계의 명시 110편을 골라 명화와 함께 엮었다. 러시아 국민화가 벨스키를 브레히트의 시 ‘배움을 찬양한다’와, 스위스 상징주의 화가 호들러와 쉼보르스카의 ‘선조들의 인생’을, 도 에곤 셀리와 엘리자베스 칼슨의 ’나는 부족해도‘와 콜라보해 시와 명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인은 최근 일고 있는 젠더혁명의 시대에 세상의 아들들이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시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성의 섬세한 결을 살피고 찾아간다면 세상은 전보다 훨씬 더 조화를 이루며 따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소년 7의 고백(안보윤 지음, 문학동네)=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연출가 이윤택은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와 일상화된 불의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삶을 차분히 응시해온 작가 안보윤의 이번 소설집은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발표한 9편의 단편을 담았다. 작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겨운 삶부터 일상에서 벌어지는 눈에 띄지 않는 폭력, 그리고 세월호 사건 등 국가적 재난까지 일그러진 세계를 서늘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소년7의 고백‘은 경찰의 강압 수사로 짓지 않은 죄를 고백하게 된 소년을 통해 사회악 뿐 아니라 법으로 까지 가지 못하는 범죄들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 소년의 진술을 통해 보여준다. 다른 작품 ‘여진’ 역시 상대방에 대한 이해없이 쉽게 손가락질하는 주위의 비난과 분노가 합당한 것인지 소음에 따른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포스트잇’에서는 가정폭력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여학생을 모욕했다는 누명을 쓴 여교사가 등장한다. 한마디로 단정하거나 이분법적으로 가르기 힘든 가해와 피해의 지점을 살피는 작가의 눈길이 집요하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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