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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 ‘하루 생계’날렸는데예비군 교통비 고작 7000원?
“빨리 뛰어 오십쇼. 지금 안들어가면 오늘 훈련 못받으십니다.”

교관의 한마디에 군복차림의 예비군들이 헉헉대며 황급히 뛰어갔다. 예비군훈련이 시작되는 오전 9시, 이때 입소를 하지 않으면 도착했어도 훈련을 받을 수 없다.

“예비군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오후 4시~5시께, 예비군 교관의 한마디로 훈련이 종료됐다. 교육을 빨리 마친 순서대로 퇴소 절차가 진행된다. 예비군들은 훈련 장비를 반납하고, 여비를 지급받는다. 생업과 직장을 쉬고 하루종일 훈련한 대가는 수천~1만원 남짓. 점심식사를 안했을 경우 식대와 교통비가 지급되고, 했을 경우엔 차비만이 지급된다.

이같이 훈련에 동원되는 예비군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15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올해 예비군 훈련의 교통비는 지난해 하루 6000원에서 1000원 인상된 7000원이다. 훈련비는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동원훈련비는 지난해 1만원에서 올해 1만6000원으로 6000원 인상됐다.

이에 대한 예비군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직장인도 회사 눈치보고 일정을 빼야하지만, 하루벌어 하루사는 자영업자들은 ‘피같은 하루’를 날려야한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한 예비군훈련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한데다 보상마저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비군 5년차 유모(27) 씨는 “이미 군대에서 2년간 고생하고 왔는데, 억지로 불러내 수당도 안주고 훈련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애국심으로 모든 것을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제대로 된 처우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군 7년차 이명주(28ㆍ서울 종로구) 씨도 “종로구민으로서 예비군 훈련을 받으려면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양주의 훈련장까지 가야 한다”면서 “예비군을 한번 다녀오면 진이 다 빠진다”며 하소연했다. 예비군 7년차인 장모(29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훈련이 끝나고 여비를 받으면, ‘내 하루 고생이 고작 몇천 원인가’ 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행 예비군법에서는 예비군 훈련비 조항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비군법 제11조, 예비군법 시행령 제27조에서 ‘실비변상’에 관한 내용이 언급돼 있지만, ‘국방 예산의 범위 안에서’ 급식과 차비 등 말 그대로 ‘실비’만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액수는 국방부 장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매해 발표되는 예산에 따라 전국 예비군들이 훈련 후 똑같은 실비를 받게 되는 이유다.

예비군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비를 지급하기 위한 ‘예비군법 개정안’이 2년전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생업을 뒤로하고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먼 길을 찾는 예비군들의 부담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예비군 제도가 나라를 위해 필요한 제도인만큼 적정한 처우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교통비와 보상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고려해 적정수준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비군에 대한 엄격한 규정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비군훈련 1분만 늦어도 입소거부’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접근성이 쉽거나 미어터지는 출근 시간대를 피해서 훈련이 잡혀 있으면 인정을 하겠지만, 산골짜기에 훈련장이 있는데 입소시간도 오전 9시까지인데 1분이라도 늦으면 입소거부ㆍ불참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군 훈련시간대 조정에 대한 논의는 거듭 제기돼 왔다. 동원예비군훈련의 경우 지난해부터 입소시간이 정오로 변경됐지만, 기타 훈련의 경우 입소시간이 오전 9시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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