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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MB 측근과 다른 정권의 측근의 차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MB 측근들 중 일부가 검찰에서 결국 입을 열었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많다. 이를 두고, 측근들이 왜 결국 검찰에 무릎을 꿇게 됐는지에 대한 분석들도 많이 나온다. 이토록 많은 측근들, 그것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이들이 검찰 수사에서 입을 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일부는 그 이유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업가 출신이어서 측근들에게 큰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측근들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부족했고, 그렇기 때문에 측근들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말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분석도 여러 원인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과거 다른 전직 대통령이 살아온 궤적이 달랐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궤적이 달랐다는 의미는 이렇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인물들이다. 이런 경우, 측근들과 보스의 유대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즉, 동고동락 정도가 아니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는 동지애로 뭉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멤버들 대부분은 군사정권하에서 투옥뿐 아니라 고문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멤버들의 투옥된 기간을 합하면 몇백년이 된다는 기록도 있다. 이 정도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들과는 약간 다르지만, 측근들이 “가치”라는 점에서 뭉쳤다는 점에서 과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 역시 민주화라는 가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과거 대학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경험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이후의 삶의 궤적과 이런 경험이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릴 만큼 사업가로서나 회사 조직원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속에 동료들과의 생사고락이라는 단어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은 회사나 사업의 논리가 민주화라는 사회적 정치적 가치의 논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용성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거 전직 대통령들 보다 뛰어날지 모르지만, 특정 사회의 방향성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과거 대통령들보다는 가치 추구 면에서 좀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과거 다른 대통령 측근들과는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MB는 실용주의를 표방했는데, 이는 보수 진영도 진보 진영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해서, 결국 특정 진영의 지지도 받을 수 없고, 이런 측면도 측근들의 충성도를 저하시키는 데 한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즉, 특정 진영의 지지를 받으면, 측근들은 자신들의 정치 생명 혹은 활동을 위해 해당 진영의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보스를 쉽게 등질 수 없을 텐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정치란 의리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의리로 모든 것을 감싸며, 의리로 보스의 비리를 덮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가 발전될수록 의리로 뭉친 정치집단의 모습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또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한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한 단계를 상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 그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미래 지향성을 띠어야지 과거 속에만 머물게 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를 또 한 번 오도 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지향해야만 이런 정치적 비극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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