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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에도 ‘미투’ 불길…‘빅5’ 서울대병원ㆍ서울아산병원서 의혹 폭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2명
-“간호사가 동료 교수 성폭력 끝에 사직”
-前 아산병원 인턴 “교수가 성폭행 시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의료계에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불길이 번지고 있다. 특히 ‘빅5 대형병원’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ㆍ서울아산병원에서 ‘미투’ 폭로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근무하던 간호사가 교수의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사직했다’며 동료 교수들이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은 아니지만, 동료 교수들이 피해자를 대신해 ‘미투’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의사는 19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당시 성폭행을 당할 뻔 했던 일을 털어놨다. 

<사진> 의료계에도 ‘미투’ 불길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ㆍ서울아산병원에서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의료계에서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럴드경제DB]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A교수가 그동안 서울대 의대생들,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기획인사위는 의대 내 진료 과목별로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A 교수는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여러 명의 간호사가 있는 가운데 장시간에 걸쳐 성희롱이 담긴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A 교수의 성희롱 대상이 된 한 간호사는 이날 충격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사직했다.

교수들은 “당시 피해 간호사와 목격자들이 병원에 이런 문제를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흐지부지 지나갔다”며 “피해 간호사는 지금이라도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도 A 교수가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임상강사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지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돼 조사가 이뤄졌지만, 역시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A 교수가 지도 학생과 모임 중 술에 취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적 언행을 한 것이 문제가 돼 학부모의 요청으로 지도 교수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A 교수가 적절히 관리돼야 하는 마약성 진통제를 만성 통증 환자에게 과도하게 처방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마약성 주사제를 일반 통증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처방함으로써 중독 환자를 양산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A 교수의 성폭력과 부적절한 마약류 처방에 대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가 강도 높게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한 교수는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인데도 병원 내에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교수들이 단체로 나섰다”고 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동료 교수들의 주장이 음해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A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학이나 병원 차원의 조사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경찰에 고소하면 될 일이다. 뒤에서 이렇게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무슨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심각성이 큰 만큼 의사직업윤리위에서 세밀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A 교수가 한 인턴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주장도 동아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당시 이 병원 인턴으로 일한 B 씨는 동아일보 기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같은 해 3월 5일 회식 직후 일을 밝혔다.

B 씨는 “여러 교수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내가 술에 취하자 A 교수가 나를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택시를 탔다”며“이어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했다. 깜짝 놀란 B 씨는 A 교수를 발로 차며 완강히 거부했다. A 교수는 두세 차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방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B 씨는 “그날 일을 어렵게 부모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그 교수를 만나러 갔더니 한마디로 그런 일이 없다며 딱 잡아뗐다”며 “의료계는 한번 찍히면 평생 ‘주홍글씨’가 따라다니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참았다”고 토로했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생한 B 씨는 인턴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 현재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B 씨는 “그 사람이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상한 짓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투 운동이 꼭 필요한 의료계에서 모두 함구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전 일을 지금 폭로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이 병원에서 B 씨와 함께 일한 C 교수는 “A 교수가 술자리에서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는 등 소문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A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당시 B 씨가 심하게 취해 택시를 태워 보냈다. 잠시 후 택시에서 내린 B 씨가 구토를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가까운 호텔에 방을 잡아 데려다줬을 뿐”이라며 “B 씨의 부모에게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B 씨는 “내가 술에 취한 것은 맞지만 구토를 한 일이 없다”며 “술에 취했다면 당연히 호텔이 아니라 병원 숙소로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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