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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전방위 확산]“나도 혹시?” 떨고 있는 남성들
-“실수한 적 없나” 뒤돌아보는 직장인들
-연예계 등 성추문 잦은 업계들 ‘노심초사’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최근 미투 관련 뉴스를 계속 접한 직장인 김모(45) 씨는 어느 순간 자신의 과거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직장 생활했다고 자부하지만 ‘혹시나’하는 맘을 감출 수 없어서다. 여자 후배들과 함께 일한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김 씨는 “내가 상대방에게 실수한 기억은 없지만 ‘취중이나 무지함으로 혹시나 실수한 적은 없을까’하고 뒤를 되돌아보게 됐다”며 “요즘은 특히 언제 어디서든 언행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 사이에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저질렀을 실수가 없었는지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사내에선 말과 행동에도 신중함을 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사내 성범죄에 대한 대처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43) 씨는 얼마 전 한 회사 여직원이 다른 선배에 의해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당했다며 고민을 털어놓자 곧바로 사내 성범죄 상담 창구로 안내해줬다. 이 씨 입장에선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넘어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행여나 사태를 무마하려했다는 오해를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적으론 별 일이 아니었지만 나보단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혹시나 ‘회사 선배가 이 문제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살까봐 원칙대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일부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특히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문화계와 연예계는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과거 성상납 의혹이 불거진 바가 있는 방송ㆍ연예계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배우나 가수들의 입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연예기획사 일부 관계자나 PD 등은 ‘술자리 갑질’이나 추행을 일삼았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불거진 성접대 의혹 당시 소속사 대표가 여배우의 성접대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이 번진 종교계도 긴장한 모습이다. 과거 종교인들의 성추문은 종종 제기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일부 종교계는 자진해서 자정노력에 나서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교회개혁운동을 이끌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성폭력 피해 제보를 계속 받고 있다. 연대 측은 내달 중으로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험담을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불교계의 ‘성평등불교연대’ 등 단체들도 교계 내 미투운동 확산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내달 중으로 다른 종교 관계자들과 함께 대규모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한편 경찰은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유명인들에 대한 내사는 물론 정식 수사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이 성범죄 의혹으로 내사에 착수한 인원만 19명으로 이 가운데 배우 조민기 등 2명은 본격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전날 극단 내 미성년자 단원 2명을 수 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조증윤(50) 극단 번작이 대표를 체포했다.

성폭력 폭로가 계속 나오면서 경찰 수사 대상자가 계속 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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