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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미투 ‘파장’]“나도 당했다” 용기냈다가 무고…‘경찰 전문가 참여제’ 확 바꾼다
-보고서 단 2장 제출ㆍ신빙성 판단 기준도 없어
-피해자는 진술 반복…‘2차 피해’ 발생
-경찰, 매뉴얼 제작 등 의뢰…개선 나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성폭행을 당해도 수사 기관에서 진술을 어려워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외부 전문가 참여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간 명확한 기준없이 운영돼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되레 거짓말을 한다는 오해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해 말 표준 매뉴얼을 제작하고 매월 분석관 교육에 나서는 등 개선을 진행 중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16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증하는 진술분석전문가 의견 작성 매뉴얼을 만들고 분석관들에 대한 정기 교육에 나서고 있다. 진술분석전문가 제도는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아동이나 장애인 등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진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정신ㆍ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을 듣도록 하는 제도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증하는 진술분석전문가 의견 작성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운영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되레 거짓말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123RF]

특히 성폭력 피해자 중 아동이나 장애인의 경우, 최초 수사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아 성폭력 최초 수사를 맡는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심리상담사 등 외부 전문인력 100여명을 선임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한 의견을 작성케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의견서를 작성하는 기준조차 없어 실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내용을 여러 차례 반복해 진술해야만 했거나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진술 내용이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는 의심을 받는 등 2차, 3차 피해를 겪어왔다.

경찰청이 경기대학교 연구팀에 의뢰한 ‘경찰청 진술분석전문가 지침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진술분석 전문가들이 장애인과 아동 대상 성폭행 사건을 맡으며 작성한 성폭력 진술조사 보고서 98건 중 절반에 가까운 42건은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는 준거 기준조차 제대로 명기하지 않았다. 이 중 14건은 아예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발견된 사례 중에는 성폭행 피해자 진술에 대한 보고서가 표지를 제외하고 달랑 2장인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 기본적인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진술 내용을 판단할 내용이 전무했던 셈이다, 단순히 진술 녹취록을 그대로 베끼기만 한 경우도 있는 등 재판이나 향후 수사 과정에서 활용될 수 없는 수준도 상당수였다. 특히 연구팀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피해자의 발고 경위 등에 대한 분석이 가장 부족해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6년  표준 매뉴얼을 작성해 전국 진술분석전문가에 대한 교육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매뉴얼 제작에 참여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계에서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 등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분석관들마다 개인 편차가 커 2장짜리 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매뉴얼을 만들어 개선하면서부터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와 진술 신빙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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