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그대로인데”…높아진 업무강도에 한숨
-공항공사 일방적인 통보…‘탁상행정’ 지적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일곱시간 반 동안, 하루 8~9번씩 쓰레기통을 비우러 돌아다닙니다. 점심시간 1시간, 근무중에는 간식먹으라고 10분을 휴식시간으로 줘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미화원 정모 씨는 말을 마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 씨를 포함해서 현재 인천공항 T1에서는 408명이 미화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본래 437명이었던 노동자 수는 지난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생기면서 ‘근무 인력이 많다’며 29명의 노동자를 감축됐다. 미화 업무는 한 팀당 20명으로 기본 22개팀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각 팀마다 1~2명씩 근무자 수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명절기간, 한 인천공항 청소노동자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는 모습. |
노동자들은 안그래도 높았던 업무강도가 더욱 세졌다고 하소연했다. 또 공항공사의 결정이 ‘지나친 탁상행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총 600만9412명에 달했다. 이는 일평균 19만3852명에 달했는데 이중 73%인 14만1652명은 T1을 이용한 승객이었다. 실제 기존 승객에서 27%가량이 감소한 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인천공항 T1의 이용자수가 감소할 것을 예상했고, 미화원들에게 인력감축을 일방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용자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평균 14만여명의 이용자수는 인천공항 이용자 수가 급증하던 시절인 지난 2011년(일평균 8만9099명)과 2012년(일평균 13만4256명)보다는 여전히 많은 숫자에 해당한다.
미화원들은 실제로 사람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사람이 줄었다고 해서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청소업무는 팀별로 구역이 이미 할당된 상황이어서 이용객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업무는 줄지 않는다고 했다.
정영선 인천공항공사 민주노총 환경지회 사무장은 “승객수가 얼마 되지 않았던 2000년대부터 인천공항은 440여명 정도의 청소노동자로 운영돼 왔는데, T2가 생겼다고 숫자를 줄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미화원들도 불만을 표시했다. 청소노동자 A 씨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는 승객이 줄지 않았는데, T2가 생겼다고 해서 사람이 줄 것으로 예상해 미화원 수를 줄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모 씨도 “T2가 생긴 후 두 명이 하던 업무를 한명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면서 “팀 하나가 화장실 8개를 맡던 것을 최근 12개씩 맡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인천공항공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2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공항공사 측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재 미화원들은 팀마다 15~17명 수준의 인력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통 비우기, 좌석청소를 포함한 인천공항 전체의 청소업무가 이들의 몫이다. 남녀 각각 5명씩이 화장실 청소를 맡고, 나머지 인원이 쓰레기통을 비우고 좌석을 청소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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