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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부 재건축’ 사업 지연 불보듯…서울 10만여 가구 ‘폭풍전야’
재건축 대상 96%가 ‘조건부 재건축’
구조 안전성 중시 기준에 혼란 예고
재건축 연한 연장보다 강한 구속력
서울 집값 양극화...상승 부추길 것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정부가 20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은 노후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진 단지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수단이 됐던 ‘조건부 재건축’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게 해 실효성을 높이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 내 30년 재건축 연한 도래 단지 중 10만3822가구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양천구(2만4358가구), 노원구(8761가구), 강동구(8458가구) 등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아파트만 재건축을 허용하고자 지난 2003년 도입됐다. 구조 안전성을 비롯해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비용 편익 등 5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구조 안전성은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있는지 살피는 것으로 평가항목 중 가장 판단이 어려운 요소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2003년 45%에서 2006년 50%로, 다시 2009년엔 40%로 낮아졌다가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 2014년 9ㆍ1대책 때 20%로 더 내려갔다.

구조 안전성이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는 첫 단추인 만큼 일각에선 재건축 연한보다 더 강력한 재건축 규제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한이 오래된 단지라도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면 재건축을 시작조차 할 수 없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여기에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언급한대로 현재 검토 중”이라며 “재건축 연한 카드를 꺼낼지는 결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핀 다음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건부 재건축’ 운용의 실효성도 높아진다.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게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편법 운용을 차단키로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는 ‘재건축’이지만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한다. 55점 초과는 ‘유지보수’로 재건축 불가 판정이다.

안전진단 결과 구조적으로 안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 수준의 단지에 내려지는 것으로, 재건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천천히 추진하라는 의미로 간주할 수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90%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지만, 대다수 단지가 사업 추진이 이뤄지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설안전공단의 판정 사례를 보면 96% 정도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5%가 재건축과 유지보수 판정을 받았다”며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면밀하게 검토해 ‘유지보수’로 유지하는 단지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장 분당신도시와 노원구 중계동과 상계동 등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사업 진행의 지연에 따른 거래와 가격의 부정적인 영향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 내 수요자는 많은데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늦어지면 매물 품귀로 인한 가격 상승 우려가 발생한다”며 “특히 강남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까지 공공기관의 적정성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지자체의 선심성 행정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강남ㆍ비강남권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주거환경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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