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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탁의 구체성’, 두 기업 총수 운명 갈랐다
-辛 ‘면세점 재승인’ 구체적 청탁에 ‘법정구속’
-李 ‘승계작업 추진’ 모호성에 ‘집행유예’
-법원, “독대 당시 K스포츠재단 사업 이야기” 安 진술 주목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은 법정구속,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유예. 비슷한 혐의를 받았던 두 재벌총수의 처지는 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달라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지난 13일 K스포츠재단에 추가지원금 70억 원을 뇌물로 바친 제3자뇌물 혐의로 신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동시에 삼성그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30억여 원은 제3자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같은 혐의를 무죄로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19일 최 씨의 1심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건 결국 청탁 대상의 구체성 여부로 꼽힌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지난 2015년 11월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다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면세점 사업권을 잃는다면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이 부회장의 청탁 대상은 명확하지 않다고 재판부는 언급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부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이르는 ‘승계작업’을 추진하며 정부 도움을 바랐다는 박영수 특검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을 이루는 10가지 기업 현안 가운데 ‘삼성물산 합병’ 등 4가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에 이미 해결된 상태였다며 청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이들 재벌 총수의 단독 면담 당시 ‘묵시적 청탁’이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3월 단독면담을 하며 ‘이심전심’ 식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 고위 임원들이 지난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자 탈락 직후 청와대와 관세청,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여러차례 ‘애로사항’을 읍소한 정황이 고려대상이 됐다. 특히 재판부는 신 회장이 안 전 수석과 만나 면세점 재승인 관련 건의를 한 뒤 갑작스레 단독면담 일정이 잡힌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롯데에서는 안 전 수석을 집중설득 대상자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최대 현안인 면세점 관련해 전달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도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한 롯데 입장을 충분히 알고있었으리라고 재판부는 결론내렸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여러 건의 청와대 문건과 ‘대통령이 면세점 제도 개선을 직접 지시했다’는 청와대 관계자 진술이 판단 근거가 됐다.

특히 독대 상황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은 재판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개별면담 자리에서 신 회장에게 (70억 원 지원 명목이 된) K스포츠재단의 5대 거점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믿을만 하다고 봤다. 안 전 수석이 일관되게 이같이 주장했을 뿐 아니라 독대 당일 안 전 수석의 수첩에 ‘5대 거점, 하남시 장기임대, 시설 75억 스윗 뉴슬리, K스포츠’라고 적혀있는 점을 두루 고려했다.

반면 안 전 수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기업 현안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듣기는 했지만, 금융위 관계자에게 들은 내용과 다르지 않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도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종합해 “신규순환출자고리 해소,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그룹의 기업 현안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단독면담 직후 롯데 관계자들이 K스포츠 재단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정황, 박 전 대통령이 이후 추가지원금 70억 원을 롯데에 돌려주라고 지시한 정황 등을 고려해 신 회장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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