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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은 지금] 지구촌 축제…‘이색 문화’ 핀트레이딩도 뜬다
-‘핀 트레이더’들 중심으로 핀거래 활발

-일부에선 눈살 찌푸리는 행태도 목격




[헤럴드경제(강릉)=김성우 기자] 강릉 올림픽파크 ‘코카콜라 자이언트 자판기’ 앞.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들의 모습을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다. 



노인들이 착용하고 있는 모자와 옷에는 반짝이는 뱃지가 달려있다. 두툼한 가방을 메거나 선 자리 앞에 양탄자를 깔아놓은 경우도 보인다. 그 위에는 마찬가지로 알록달록, 각자 다른 모습의 뱃지들이 놓여 있다. 이들의 정식 명칭은 ‘핀 트레이더’다. 올림픽에서는 뱃지를 ‘핀(Pin)’이라고 부르는데, 각 올림픽마다 특별히 생산되는 핀을 모으기 위해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인물들이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올림픽파크 코카콜라 자이언트 자판기 앞과 ‘코카콜라 핀 트레이딩 센터’가 핀트레이딩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올림픽파크 내에서는 트레이더와 핀을 바꾸는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관찰된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내놓은 평창올림픽 공식 핀, KT와 갤럭시, KIA, 도쿄올림픽 부스에서 나눠주고 있는 핀들이 주 트레이드 대상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강릉 올림픽파크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핀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자이언트 자판기 오른편, 파레트 진열대 위에서 핀을 거래하고 있던 50대 그리스인 카타푸라시 코스타스 소티리스 씨는 이번이 벌써 7번째 올림픽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핀 트레이딩에 눈을 떴다. 그리고 2년마다 있는 올림픽(격 2년마다 동계와 하계 올림픽 진행) 기간마다 세계 각지를 방문하며 핀을 수집하고 있다.



거래는 지금까지 그가 모아온 핀과 다른 핀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음 올림픽에서 거래에 쓰도록 올림픽 현지의 핀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오늘만 해도 50개 정도 핀을 모았다”면서 “KT와 갤럭시 핀은 모양이 예뻐서 많이 수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이언트 자판기 정면에서 만난 미국인 다니엘 프레스버거 씨는 총 14회의 올림픽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고향인 로스엔젤레스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1984년 핀 트레이딩에 눈을 떴다. 그리고 각종 올림픽을 찾아다니며 핀을 모으고 있다. 프레스버거 씨는 “단지 재미를 위해서 핀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라며 “(핀 트레이딩은)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가장 값진 일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도 핀 트레이딩에 참여한다. 울산에서 올림픽을 보기 위해 왔다는 직장인 양모(28) 씨는 이날 올림픽 파크에서 받은 핀 세개를 그리스 올림픽 핀, 게티이미지 핀 등과 교환했다. 



미국인 핀트레이더 다니엘 프레스버거(사진 왼쪽) 씨가 다른 올림픽 참가자들과 핀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코리아헤럴드 박세환 기자/sh@heraldcorp.com]
그는 “일부 부스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기에 뭔가 해서 보니 핀을 나눠줬다”며 “핀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있대서 찾아가보니 다른 핀과 교환이 가능했다. 재미있는 문화다”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핀 트레이딩과 관련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태도 보였다. 



우선 각 업체에 소속된 유급직원들이 각 업체에서 나온 핀을 잔뜩 가져와 이들 핀 트레이더와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핀은 각 업체가 올림픽 방문자들에게 배부하도록 비치해둔 물건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되레 직원들이 핀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부 관람객과 봉사자들은 파크 내 부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핀트레이더들과 교환하기 위한 핀을 요구하는 통에, 곤란을 겪는 부스도 생기고 있다. 



<사진설명2> 그리스인 카타푸라시 코스타스 소티리스(사진 오른쪽) 씨가 핀트레이딩을 진행중인 모습.
올림픽 파크 한국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사람들이 찾아와 ‘준비된 핀이 있냐’고 묻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림픽 파크에서 핀을 판매하는 평창 슈퍼스토어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부스 창구직원은 “하루 100개의 핀을 방문객들에게 주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서 대회 기간 동안 보유하고 있는 핀을 배부하기 위해 수량조절에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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