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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평창-르포]“영어 안내 없으니 그림의 떡”…한글만 빼곡한 평창 시내버스
-외국인 이용 힘든 올림픽 지역 시내버스
-한국관광공사 안내 전화도 ‘불통’ 애먹어
-외국인들 “‘앱’ 의존하거나 택시타요”

[헤럴드경제(강릉)=김성우 기자] “무료로 운행하는 건 좋은데, 영어안내라도 있었으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왔다는 레이먼 올티즈(43) 부부는 숙소앞 정류장에서 강릉 202번 버스를 20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경포대와 올림픽파크, 오죽헌, 선교장 등 주요 관광지를 두루 지나는 202번 버스는 관광객들의 수요가 많은 ‘관광버스’다. 하지만 버스 이정표에는 한글로 적힌 주요 관광지명, 그리고 시간대별 시간들 만이 적혀있다. 버스 시간표는 숫자가 빽빽해서 내국인도 알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버스 표지판에 적혀있는 관광안내번호 1330으로 문의전화를 걸었지만 5분여 가량 대기 시간에도 연결이 잘 돼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올티즈 부부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강릉 시내버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과 강릉은 많은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여기에 맞춰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올림픽 기간 교통정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다양한 관광 자원을 올림픽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영어로 된 안내판과 안내문구가 부족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최근 방문한 강릉시내 버스 정류장과 환승역, 그리고 버스 안에서는 대개 한국어로 된 이정표만이 제공돼 있었다. 버스 전면의 LED 전광판은 한국어로만 현재 위치를 안내하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키오스크에도 조그만 영어로 버스 도착시간과 버스의 이정표가 안내돼 있지만, 상당수 버스정류장은 키오스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어로 된 교통안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강릉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불만은 여전했다.

한글로만 씌여져 있는 버스정류장 이정표 모습.
작동되지 않고 있는 버스정류장 키오스크.
평창 조직위에서 외국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버스 안내 애플리케이션.

올림픽 시설 내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다만 올림픽 구역을 떠나면 외국인들은 극심한 의사소통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한 시내버스에서 만난 영국 뉴캐슬 출신의 션 씨도 이중 한 명이었다. 그는 스키점프를 구경하기 위해 이날 버스에 탑승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릉 버스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션 씨는 준비해온 태블릿을 통해 위치 정보를 확인했지만, 그 탓에 바깥 경치는 하나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그는 “영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긴 하지만 놓칠 가능성이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니 불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캐슬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영국인 션 씨가 버스를 통해 스키점프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광안내소도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등 지극히 한정된 지역에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역에서 만난 미국인 로버트 젠킨스(31) 씨는 “한국 대중교통은 가는 곳도 많고 편리하지만, 외국어 안내가 조금 더 잘돼 있으면 좋겠다”면서 “호텔 카운터나 이곳(강릉역) 외 지역에서는 관광안내 정보를 알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관광지를 이동할 때 올림픽 셔틀버스를 주로 활용한다고 했다. 정 안될 때는 택시를 통해 이동할 뿐, 일반 시내버스는 잘 타지 않는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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