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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동계올림픽 G-4]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첫 국가대표 임경순 옹 “오늘을 기대하며 58년전 넘어져도 또 달렸죠”
1960년 美올림픽 스키대표 뽑혀
스키장없어 풀밭에서 활강 연습

입상은 못했지만 포기않고 완주
평창 개최 누구보다도 가슴벅차


“그는 비록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등외에 있었지만) 그의 용기와 올림픽 정신은 아무도 뛰어넘을 수 없었다”

1960년 5월 7일, 세계적인 스포츠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가이 쉬퍼(Guy Shiper) 기자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 선수 기사를 실었다. 그는 미국 스퀘밸리 동계올림픽 스키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한 임경순<사진> 선수가 몇 번을 넘어져도 오뚝이 처럼 일어나 활강을 재개하고 최선을 다해 피니시라인을 골인했으며, 역사적인 개척자의 족적을 남겼음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3면


임경순(88)은 그렇게 한국 동계 올림픽의 역사를 열었고, 후배들은 그로부터 32년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세계 ‘톱10’에 진입했으며, 50년후 밴쿠버에서 ‘톱5’에 올랐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그는 지난달 21일 ‘한반도 최초 고대스키’ 특별행사에서 혼신의 열정으로 설명을 하고 일일 스키교사로 설상을 누빈 뒤, 몸이 다소 불편해졌다. 헤럴드경제는 임경순 선생께 인터뷰를 요청했다가 4일 그의 구술 답변을 곤지암측을 통해 전달받았다.

“1950년대 스키장이 없어 풀밭에서 기본 동작을 익히고 활강 연습을 했어요. 겨울에 눈이 오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스키를 수리해 썼는데, 슬로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니 제대로 설상 연습을 하기가 어려웠지요. 그래도 스키장 같은 길을 좀 내보려고 눈이 쌓이면 선수들이 일렬 횡대로 정상을 향해 눈을 다지면서 걸어 올라갔는데, 아마 이렇게 스키 신고 눈위를 자박자박 걸어올라가는 것이 연습의 8할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는 1960년 미국 동계올림픽에 한국의 첫 스키선수로 선발되었지만 대회에 참가하기에 적합한 스키 조차 구하지 못했다. 나라의 대표이니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무작정 스퀘밸리로 향했다. 임 선수의 이런 사정은 미국 대표팀의 리틀 감독 귀에 들어갔고, 리틀 감독은 임 선수에게 대회전 스키와 회전 스키장비를 구해 전했다. 출전자격은 진작에 얻었으나, 스키장비를 극적으로 구하고서야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신어본 스키, 처음 겪는 코스. 몸 성히 내려오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공식 연습이라 후송을 피할수 없었다. 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퇴원해 출발 라인에 선다.

“쓰러지고 넘어지고 굴렀지요. 다시 일어나 달리다 또 넘어지면, 기어코 다시 일어났어요. 악착같이 활강했습니다. 부상당한 곳이 아프다고 느낄 새가 없었지요. 포기는 내 사전에 없었어요. 좀 늦었지만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의 기분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임 선수는 “동계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선진 스키기술을 배워서 이를 후배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넘어지면 일어나 또 달렸다”고 회고했다.

임경순의 성적표는 활강경기에선 하위권인 61위였지만, 회전경기에선 40위에 올랐다. 정규 스키장비, 스키장 경험 초짜이고 부상선수 치곤 준수했다. 어쩌면 열정이 감격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경기를 중계한 앵커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살린 용기 있는 선수’로 전세계에 소개했다.

상처와 영광이 뒤범벅된 스퀘밸리의 추억은 곧바로 ‘한국형 매뉴얼’이 된다. 그는 당시 얻은 노하우와 기술, 초보선수들이 단계적으로 해야할 훈련내용 등을 담아 국내에 보급했다. 4년 뒤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엔 스키팀 감독으로 참가한다.

그는 한민족이 겨울 스포츠에 아주 익숙한 나라라는 점도 강조했다. 임 선수는 “오래전부터 함경도 지방에서는 긴 스키를 만들어서 마을간 이동할때, 노루나 돼지를 사냥할 때 썼다. 강원도 것은 짧고 폭이 넓었다.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썰매꾼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활강하고 질주하는 썰매꾼을 보고 호랑이도 겁 냈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있다”면서 북유럽 못지 않은 우리의 동계스포츠 유산을 되새기며 자부심을 갖고 스키와 썰매를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 선수는 “세계 4강을 목표로 나아가고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한 후배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면서 “호랑이도 무서워했던 겨울의 한국인 답게, 후배들은 평창,강릉,정선에서 큰 힘을 내주고, 국민들께선 정말 뜨겁게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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