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가상화폐 ‘튤립’ 오명을 벗으려면
불과 1년 전, 1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가상화폐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 시점, 한 지인은 “실체없는 전자신호에 왜 그렇게 돈을 쏟아붓냐”고 말했고, 다른 한 지인은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틀리냐의 문제를 떠나 시장이 ‘이기적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한없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했다.

‘광풍’으로까지 표현되며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끝을 모를 것 같던 가격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탔다.

음지와 양지에서 허술하고 불공정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방식에 문제삼는 이들이 늘어났다. 출금이 지연되거나 원하는 시점에 거래가 되지 않는 등 청산결제 시스템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해킹피해도 나타났고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차익거래도 생겨났다. ‘세력’들이 시세를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이기적 인간’들이 ‘가즈아’를 외치는 사이,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수 천 만원을 투자했다는 이 지인마저도 비이성적 과열을 인정했고 “시장에 질서가 없다. 불건전 거래소는 퇴출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규제의 칼을 뽑아들었지만 사전에 이들의 피해를 막고 보호해줄 장치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가 탄생한지 10년차로 접어들지만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 가상증표 등등 개념정의부터 논의의 불이 붙기 시작한지는 불과 1년 여 전부터다.

‘이기적 인간’들이 똘똘뭉친 시장에서 거래소(취급업체)는 막대한 수수료를 집어삼키며 투자자(거래자) 피해를 경시했다. 투자자들은 과열과 투자위험을 알면서도 상승장에 베팅을 했다. 뒤늦은 규제 소식이 들릴때마다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를 탓했다. 정부는 ‘그동안 뭐했냐’는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위해 더 강경한 규제방법을 찾았다.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만, 적당한 규제가 없으면 무질서를 낳는다. ‘이기적 인간’들로 인해 시장의 자율이 이성적 통제를 넘어선 수준이라면 가상화폐 실체의 여부를 떠나 비정상적 시장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정보분석원(FIU)ㆍ금융감독원 공동 조사에 따르면 마약대금 등 불법자금이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조세포탈 및 관세법 위반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가상통화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속여 자금을 모아 투자하도록 하는 사기ㆍ유사수신행위가 의심되는 거래 정황도 포착됐다. 가상통화 채굴기 투자 명목 등으로 일반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사기ㆍ다단계판매로 추정가능한 거래도 있었다. 모두 경찰 및 검찰에 통보된 사례들이다.

금융당국 및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아직 이들을 면밀히 규제할 법조차 마련돼있지 않아 대응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규제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30일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실시하도록 하고 가상통화 거래를 할 경우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철저한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신원확인이 되지 않으면 거래가 불가능하다.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 1일 1000만원 이상 또는 7일간 2000만원 이상 자금을 입출금하는 경우, 자금세탁으로 의심할 수 있는 금융거래 유형으로 간주해 의심거래는 은행이 FIU에 보고토록 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30일부터 신규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에 신규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호재가 될 것이라며 ‘존버’를 외치고 있다. 신규자금 유입은 시장 활성화와 가격상승을 뜻할 수도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에 ‘털고 나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튤립버블, 미시시피 버블, 남해버블 등 과거의 버블들은 정점을 지난 후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야말로 ‘거품’처럼 사라졌다. 반면 나스닥은 과거 IT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새로운 기술들이 시장을 견인하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가상화폐가 많은 것을 포기한 젊은 세대에 유일한 탈출구라고도 한다. 꼭 필요한 시장이라면 규제에 쉽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규제에도 생존한다면 제2의 나스닥이 될 지도 모르겠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