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확인 제한은 불합리” vs “고육지책”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광진구의 한 사립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진모(26) 씨는 이달 초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려고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자신이 성적확인 제한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학생들은 자신의 시험 성적을 확인하고 담당 교수에게 확인도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진 씨는 2주 뒤 자신의 집에 최종 성적표가 도착한 뒤에나 자신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잘못 채점된 시험도 있었지만, 이미 정정기간을 놓친 뒤였다.
진 씨는 대학 측에 전화를 걸고 나서야 지난달부터 시행된 ‘연구실 안전 교육’ 규정 때문에 자신의 성적 확인이 차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교는 지난달 초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공지했다고 했지만, 시험 기간 중이었던 학생 중 상당수는 이를 모르고 피해를 봤다. 진 씨는 “내가 등록금을 내고 본 시험의 성적조차 이런저런 이유로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며 “잘못 점수가 매겨졌을 수도 있는데, 확인할 방법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사진=123rf] |
진 씨의 경우처럼 대학가에서는 성적 발표가 진행되는 때마다 학생과 학교 측의 잡음이 반복된다. 자신의 시험 점수를 다른 이유로 제한한다는 점이 불만인 학생들과 실효적 제재 수단이 성적 열람 제한밖에 없다는 학교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대학에 복학한 김모(25) 씨는 방학 중 학과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 김 씨가 성적을 확인하려 하자 학교 측은 “학기 중에 지도교수와 상담을 하지 않아 성적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김 씨는 학과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했다는 확인증 발급을 부탁했다. 뒤늦게 확인증을 받았지만, 행정실이 이를 확인하는 사이 김 씨의 성적은 이미 확정됐다. 김 씨는 뒤늦게 자신의 성적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담당 교수에게 연락했지만, 교수는 “이미 성적이 확정돼 수정할 수 없다”며 “왜 미리 연락하지 않았느냐”고만 했다.
대학들은 학기말이 되면 ‘성적 정정기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성적을 열람하고 이의를 제기할 시간을 준다. 그러나 연구실 안전 교육, 지도교수 면담, 강의 평가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성적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진 씨의 대학교도 지난달 갑작스레 연구실 안전 교육 이수가 조건으로 추가돼 단과대 학생회에서 “특정 전공 소속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성적 확인 제한은 불합리하다”며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학점에 예민하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정당한 이의제기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학생들이 피부로 불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성적확인 제재 등의 방법이 아니면 학생들이 의무 교육조차 이수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전에는 50% 수준에 그치던 의무 교육 이수율이 성적확인 제재 이후에는 90%까지 올랐다”며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 보니 생겨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