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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가 피고인 만나 상습 술접대 받았는데 무죄라고?
법원 “재판에 대한 청탁 없었다”
피고인 “접대비 반환하라” 소송


판사시절 재직 중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을 만나 수백만 원 어치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판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박창제)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 김모(40) 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총 630만 원 어치 술접대가 오간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김 전 판사가 피고인으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전 판사는 판사 재직 시절인 지난 2013년 7월부터 11월까지 이모(39) 씨로부터 유흥주점에서 총 630여만 원 어치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김 전 판사의 근무지였던 청주지법에서 6400억 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1년 째 재판을 받고 있었다. 김 전 판사는 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박모 변호사로부터 이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이 씨가 지난 2013년 12월 추가범행으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만남을 가졌다. 문자메시지로 서로를 ‘형님’ ‘동생’이라 칭했고, 법원직원이나 검사들과 스스럼 없이 합석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판사가 이 씨의 재판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접대를 받았다고 보고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김 전 판사가 현직에 있을 때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김 전 판사는 이 씨가 구속된 지 2개월 뒤 별다른 징계 없이 법원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이 씨는 2014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640억 원을 확정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데 이 씨는 확정판결 이듬해인 2015년 10월 법률구조공단에 “접대비 2000만 원을 돌려받을 방법을 알려달라”며 문의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후에도 김 전 판사와 접촉해 접대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지난 2016년 10월에서야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재판에서는 이 씨가 김 전 판사에게 재판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양측의 진술이 엇갈렸다. 이 씨는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청주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고 했다”며 “김 전 판사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판사는 “당시 이 씨가 재판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고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엇갈리는 진술 가운데 김 전 판사의 주장을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추가 범행으로 기소된 상황이었는데도 수차례 김 전 판사를 만나 장시간 술을 마시면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뇌물을 건넨 사람의 행동이라 보기에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도움이 필요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김 전 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사실상 김 전 판사가 재판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도 부연했다. 약속 장소를 법원 근처로 정하고 같은 식당에서 만난 검사들에게 스스럼 없이 이 씨를 소개하는 김 전 판사의 행동도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행동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짚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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