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용실 보조디자이너 ‘11시간 중노동’ 한달 110만원
#. 경기도 고양시의 한 미용실에서 보조디자이너 A(22)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을 일하지만 한 달 급여는 110만원을 받는다. 기본급 130만원에 교육비 20만원이 빠진 금액이다. 교육비는 학원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 스태프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비용이다. 그는 “교육이 회사사정으로 취소돼 여러 번 휴강이 되어도 보강조차 없었다”며 “월급도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이지만,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일을 배우려면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용실에서 보조디자이너(스태프)들이 여전히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디자이너는 미용실에서 샴푸를 해주거나 샴푸 드라이, 염색 샴푸약 바르기, 청소 등을 하며 정식 디자이너를 보조하는 이들을 말한다. 적어도 2~3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정식디자이너로 채용되는 게 관례다.

문제는 스태프들이 수습기간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의 한 미용실에서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모(21) 씨는 “온갖 잡일은 다 시키며 최저임금도 안 준다. 이에 대해 정식 디자이너로 가는 ‘배움의 과정’이라며 감사히 여기라는 매니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없으면 미용실이 잘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일을 많이 시키면서도 교육생이라고 최저임금도 안주는 것은 억울하다. 숙련된 선배들만큼 월급을 달라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서 있는 이들은 하지정맥류을 앓거나 잦은 염색약ㆍ샴푸 사용으로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4대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보조디자이너 2년 차인 이모(23) 씨는 피부염 때문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갈라졌지만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다고 한다. 그는 “쉬는 시간에 잠깐 병원이라도 가면 좋겠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없다. 하루 2번 점심 저녁 식사시간은 고작 30분”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음식점과 미용실, 주유소 등 3002개 사업장 중 약 80%인 2424개 사업장이 임금 체불, 최저임금 위반, 서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4613건이나 노동법을 위반했다. 특히 최저임금 위반 비율은 미용실(점검 대상의 7.7%)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업계의 최저임금 미지급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미용 브랜드 업체 207곳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이행 감독을 실시했을 때도 52.7%에 해당하는 109곳에서 최저임금을 미달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이 2013년 프랜차이즈 헤어숍의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스태프들의 평균 시급이 2971원으로 당시 최저임금 4580원(2012년 기준)의 64% 수준이었다. 5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시급은 4541원(주5일 12시간 근무, 120만원 월급을 받는 경우) 정도다. 최저임금(7530원)의 60%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아직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최저임금 미지급 문제 뒤에는 미용업계의 관행인 ‘도제식 교육’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용기술을 배우는 곳이 전문 학원이 없었을 때 미용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디자이너 밑에서 도제식으로 미용기술을 배웠었다. 현장 실습이 중요하고 숙련자의 기술 전수가 중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 관행은 아직도 남아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보조디자이너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고용주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아마추어인 보조디자이너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