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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인상 열흘…근로현장은 지금] 셀프주유소 대기직원 수 줄고, 경양식집 브레이크 타임 도입
#1. 24시로 운영되던 인천 주안의 한 셀프주유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유기 사용과 결제 문의 등 고객 응대를 위해 대기 중이던 직원 한 명을 줄이고 영업시간도 아침 6시부터 밤 12시로 조정했다. 이 주유소 정모(57) 사장은 “야간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최저임금마저 올라 어쩔 수없이 직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 옛날식 돈까스 정식을 파는 서울 용산구의 한 경양식 전문점. 이 곳의 대표 최모(60) 씨는 올해부터 점심장사 이후, 브레이크 타임(15~17시)을 도입했다. 최 씨는 “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가 무서워 문을 닫는 것”이라며 “월 17만원을 내면 소형 무인화 기기를 렌털할 수 있어 진지하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새해 벽두부터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인상하면서 주유소나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직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특히 외식 자영업자들은 임대료ㆍ인건비ㆍ원재료 상승 ‘3중고’에 시달리면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메랑이 소비자로 향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서울 방학동의 한 주유소는 지난해말 모든 주유기를 셀프 기기로 교체했다. 주유소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인건비 부담에 올해부터 직원 대신 가족들이 번갈아 관리하기로 했다. 실제로 9일 기준 전국의 주유소 1만1788개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약 3217개(27.3%)다. 지난해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곳만 527곳이다.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부담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식당주인인 박모 사장은 “빚없이 장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다들 담보잡은 깡통집 하나 있고 명의만 자기 것인데 세금ㆍ인건비는 갈수록 오른다”며 “청년창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몇 십년 한 자리를 지킨 자영업자, 노후대비가 필요한 중년 이상의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위해 일자리 안정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월 급여 190만원 이하인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용보험 가입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정모(43ㆍ서울 동작구) 씨는 “고용안정처에 전화하니 일용직도 4대 보험을 넣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헛웃음이 났다”며 “일당받는 알바를 4대 보험 가입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올텐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니느냐”고 반문했다.

소상공인들의 이같은 불만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배달 수수료 인상 등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져 가맹점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업체들도 타깃이 될까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세환ㆍ김지윤 기자/g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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