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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만에 맞손 잡은 南北… 회담 표정 밝았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신대원ㆍ홍석희 헤럴드경제 기자] 9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중이다. 회담은 참석자의 손짓 하나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 등까지 모두 회의 결과를 예측하는 단초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12월 당국 회의 이후 2년만에 진행되는 이번 고위급 회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남북 평화관계 구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담 예정 시각이었던 9일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남북 양측 대표단이 나란히 입장했다. 남측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부터 차례로 5명이,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회 위원장을 필두로 대표단 5명이 입장했다. 북측 대표단은 모두 양복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조 장관은 검은색 가죽 서류 가방을 지참했다. 남측 대표단의 가슴에는 태극기와 평창 배지가 달렸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웃으며 악수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에 앞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로비에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며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밝은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양측이 모두 착석하고 첫 운을 뗀 측은 조 장관이었다. 이번 회담이 판문점 남측 지점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만큼 손님을 맞는 심경으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날씨가 추운데다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리 위원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폭설도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게 그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온 강산이 꽁꽁 얼어 붙었다”며 “어찌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자연이 춥든 어떻든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고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서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 위원장은 이어 “뒤돌아보면 6.15 시대 그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이 천심에 받들려서 오늘 이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이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 남측도 지난해 민심이 얼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직접 체험을 했다. 우리 민심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며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날씨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겨울올림픽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됐다”며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시는데 특별히 또 우리 북측에서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있을 것이라 저희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습니다만 정말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혼자 가는 거 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고 했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장관 선생이 이제 그 평창 올림픽부터 이야기 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시절에 스케이트 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 동심이 아주 순결하고 깨끗하고 불결한 게 없다. 이런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 이 마당이 순수한, 또 우리 단합된 그것이 합쳐지면 회담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이 조 장관의 ‘유년시절 스케이트’ 발언이 나왔을 때엔, 회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그러면서 리 위원장은 깜짝 회담 공개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회담 형식 문제다. 오늘 이 고위급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큰 거만큼 우리(북한) 측에서는 전체공개를 해서 이 실황이 온민족에게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라며 “기자 선생들도 지금 다 관심이 많아서 오신 거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회담 공개와 관련해서 말씀하시는 것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저희도 그건 공감을 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모처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은 만큼 일단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을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분들과 함께 공개회의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 뤼원장은 “고저 명백한 거는 민심이 큰 것 만큼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남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국이 하는 일에는 의미가 깃들어야 한다”며 “그 의미가 결국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고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모두 발언을 마무리 했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 30분전인 9시 30분께 북측 대표단이 중립국 감독위회의실과 군사정전회담장 사이로 걸어들어오면서 첫 만남 인사를 나눌 때엔 양측 대표단은 서로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말했고, 일부 구면인 인사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이다’는 환담도 오갔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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