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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2018-반쪽 지방분권…길을 찾다 ①스페인] “재정권 없이 ‘절반의 자치’…카탈루냐가 독립 원하는 이유”
분리독립주의자 3인에 들어보니

카탈루냐 稅收 50% 중앙정부로
스페인 조세수입의 5%만 지원
지방자치도 절반만 보장 받아

태생적으로 주류와 다른 민족
정신·철학적으로 확연히 달라
낙후지 많아 ‘민주적’ 독립 필요


[바르셀로나(스페인)=최진성 기자]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운동은 ‘지방분권’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질적인 민족성이 명분이지만 이면에는 불완전한 자치권, 즉 ‘자치 재정’의 실패에 있다. 스페인 국민총생산(GDP)에서 카탈루냐가 기여하는 비율은 20%에 이르지만, 카탈루냐에 대한 중앙정부의 투자는 GDP의 9~10%에 불과하다. 올해는 전년보다 2.7% 더 줄었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로 기형적인 구조다. 전국 243개 지방정부에 주어진 재정권한은 2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2007년 53.6%에서 2016년 46.6%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6월에는 민선 6기를 맞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 개헌(헌법 개정) 논의에 ‘재정분권’ 헌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국내 243개 지자체는 ‘자치재정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분리독립주의자를 만났다. ‘카탈루냐는 왜 독립하려고 하는가’라는 주제로 지상대담을 나눴다. 프란체스크 빌라노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교수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는데 정통하다. 카탈루냐공화좌파당(ERC) 대표인 알프레드 보스크 바르셀로나 시의원은 강성 독립파다. 독립에 있어 타협은 없다. 차비에르 마스요렌스 카탈루냐국제평화기관 회장은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임명한 사람이다. 이 기관은 카탈루냐 주정부가 설립한 비영리단체(NGO)다.

(왼쪽부터) 알프레드 보스크 카탈루냐공화좌파당(ERC) 대표, 프란체스크 빌라노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교수, 차비에르 마스요렌스 카탈루냐국제평화기관 회장

-왜 분리독립하려고 하는가.

▶빌라노바 교수
=카탈루냐를 스페인에 있는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페인 주류인 카스티야 문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카탈루냐는 ‘아라곤’ 민족이다. 스페인에 묶여 있으면서 자치권을 보장 받았지만 완전하지 못했다. 프랑코 독재정권 때는 아예 자치권을 빼앗기고 박해를 받았다.

▶보스크 시의원
=우리에게는 독립할 권한이 있다. 어느 지역이든 주민들이 원하면 독립해야 하지 않느냐. 카탈루냐에는 1978년 이후 보수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중앙정부와의 마찰을 피해왔다. 정치적으로 분리독립 얘기가 힘을 받기 어려웠다. 2006년 카탈루냐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격적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했다. 20여개 정도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국가 재정위기로 잠잠하던 분리독립 목소리가 이번에 폭발한 것이다.

▶마스요렌스 회장
=카탈루냐는 정신적으로, 철학적으로 카스티야 민족과 다르다. 자유 분방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이며 ‘괴짜’들이 많다.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도 다른 스페인 지방과 확연히 다르다.

-결국 ‘돈’ 때문에 독립하려는 것 아니냐.

▶보스크 시의원
=카탈루냐는 ‘돈이 없는’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 조세수입의 18%를 카탈루냐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는 카탈루냐가 거둬들인 세수의 50%에 해당한다. 반면 중앙정부는 전체 조세수입의 5%만 카탈루냐에 지원한다. 절망적이다. 2006년 지방자치법을 바꾸면서 재정부문을 조금씩 늘려가고자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막히니 중앙정부도 대화를 거부했다. 10여년간 카탈루냐 정부가 제안한 정책을 대부분 거부했다.

▶마스요렌스 회장
=프랑코 정권이 종식된 이후 1978년 새 헌법이 제정되면서 자치권을 회복했다. 이어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협약서’(1979년) 등 자치분권을 위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싶으면 자치권을 100% 보장해줘야 한다. 절반은 지방정부에, 나머지 절반은 중앙정부에 있으면 안된다. 불완전한 자치권으로는 지방정부가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

-분리독립 ‘무장단체’까지 조직했던 바스크는 조용하다.

▶빌라노바 교수
=바스크는 강력한 무장투쟁으로 분리독립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했다고 본다.(무장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는 1959년 결정된 이후 납치, 암살, 총격, 폭탄 테러 등으로 분리독립을 추진, 40여년간 8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중앙정부는 꾸준히 바스크의 ‘재정 자치’를 허용해왔고 현재 약 90%를 유지하고 있다. 부족한 게 없기 때문에 군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마스요렌스 회장
=카탈루냐는 전통적으로 ‘민주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건전한 시민사회가 발달했기 때문인데, 평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카탈루냐가 평화를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전쟁이 빈번한 중세 때는 카탈루냐가 평화와 휴전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보스크 시의원
=우리는 ‘민주적’으로 독립하고 싶다. 카탈루냐에도 낙후된 지역이 많다. 바스크처럼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것인데 중앙정부에서 들어주질 않는다.

-분리독립을 추진하면서 카탈루냐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이탈하고 있다.

▶보스크 시의원
=중앙정부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징적인 조치지만 큰 변화는 없다. 가령 ‘카이샤은행’(스페인 5대 금융기관)은 법인 등록을 마요르카로 바꿨지만 재정부문 본사는 카탈루냐에 남아 세수에 변화는 없다. ‘세앗(SEAT)’이라는 자동차회사도 본사를 옮기려고 했지만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한국에 조언해준다면.

▶빌라노바 교수=지방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공동협약이다.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돼야 하고 다원주의적 입장을 담아야 한다.

▶마스요렌스 회장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보스크 시의원
=카탈루냐는 자치권은 있지만 재정권이 없다. 재정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지방분권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ipen@heraldcorp.com

※이 기사는 삼성언론재단 기획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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