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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하나 힘들게 키웠더니”…엄마 역성에 눈물이 났다
-서울시민 19.2% “부모 노후 스스로 해결해야”
-10년 전보다 2.5배↑…‘팍팍한’ 사회생활 한 몫
-부모 생활비도 ‘스스로 충당’ 47%→58% 늘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하나 뿐인 딸 힘들게 키워놨더니 무슨….”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8ㆍ여) 씨는 최근 고향인 창원시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 도중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 많아졌다. 다름 아닌 ‘용돈’ 때문이다. 연봉이 2600만~2800만원 사이라는 그는 매달 부모님 통장에 30만~40만원을 부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여기에 월세 45만원과 식비, 전화ㆍ교통비만 써도 저축은커녕 친구들과 모임에도 눈치를 보며 나가야 할 처지가 된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달 초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그를 눈물 짓게 했다. 경조사비로 쓸 돈이 늘어 당분간 돈을 좀 더 부쳐줄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이 씨가 여러 사정을 설명하며 힘들게 거절하자 전화기를 통해 역성이 들려온 것이다. 이 씨는 “당연히 부모님이 힘들 때 돕는 게 자식 도리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버거움을 느낀다”며 “어릴 적부터 큰 사고 없고, 대학생 때부터 독립해서 부모님 부담을 줄여드리고자 아르바이트, 근로장학생 등 안 해본 게 없다. 솔직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에게 서운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부모 노후 생계는 부모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서울 시민이 10년 전보다 2.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123RF]

부모 노후 생계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서울 시민이 10년 전보다 2.5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주체를 묻는 말에 시민 19.2%가 ‘스스로 해결’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2006년보다 약 2.49배나 늘어난 값이다.

작년 기준 가장 많은 45.6%는 가족과 정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가족(29.6%), 정부와 사회(5.6%) 책임 순이었다.

10년전인 2006년에는 가장 많은 60.7%가 가족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당시 가족과 정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고 말한 비율은 29.1%였다. 2.4%만이 정부와 사회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에게 주어진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는 만성적인 불경기 등 ‘팍팍해진’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은 부모에게 생활비를 줘야하는 이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서도 묻어났다.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해야한다는 비율은 2006년 47.8%에서 작년 58.4%로 10.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모든 자녀’는 24%에서 22.6%, ‘장남 또는 맏며느리’는 10.9%에서 8.3%, ‘아들 또는 며느리’는 13.9%에서 7.7%로 각각 하락했다. ‘딸 또는 사위’만 2.7%에서 3.0%로 0.3%포인트 소폭 올랐다.

작년 기준 ‘가족 중 부모 부양자’로는 ‘모든 자녀’라가 답한 이가 71.5%로 제일 많았다.

그 다음 ‘자식 중 능력 있는 자’ 19.1%, ‘아들 또는 며느리’ 4.3%, ‘장난 또는 맏며느리’ 3.8%, ‘딸 또는 사위’ 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서울시 가구주ㆍ배우자 대상으로 2006년 8792명, 작년 3855명을 각각 조사해 작성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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