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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성완종 리스트’ 결국 빈손…초라한 성적표

-증거부족이 발목…대법 “충분히 증명 안돼”
-이완구ㆍ홍준표는 일제히 檢 증거조작 주장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 2015년 4월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돌연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지 한 장은 결국 ‘휴지 조각’이 됐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21일 대법원에서 나란히 무죄를 확정받고 웃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의 무죄 선고를 받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대표와 이 전 총리는 무죄가 확정된 직후 가장 먼저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 전 총리도 “검찰이 법원에 제출했던 증거자료를 재판이 끝나기 전에 조작하고 폐기했다”며 “당시 책임자가 문 총장이다. 수사 책임자로서 여기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1심 때부터 법정에서 줄곧 검사들을 바라보며 증거조작을 주장해왔다.

홍 대표 측은 1심에서 검찰이 제시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홍 대표 측근 엄모 씨 간의 통화를 놓고 “검사의 관여 하에 이뤄졌다. 게다가 엄씨의 동의없이 녹음이 돼 위법 증거수집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검사 출신인 홍 대표는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에게도 불법 감청을 동원했는데, 국민을 상대로 한다면 어떤 짓을 하겠습니까”라며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2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에 검찰은 전혀 개입 안 했다. 상대방 동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윤씨 본인이 대화주체로 들어갔기 때문에 녹음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전 총리도 1심 최후진술에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일부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며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현직 국회의원인 내게도 이런 수사가 이뤄지는데 일반 국민은 어떠하겠는가”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간중간 ‘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 측은 당시 “상당히 듣기 거북한 표현들이 많았다. 피고가 잘못된 전제로 주장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년8개월 뒤 대법원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검찰로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앞서 홍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홍 대표에게 전달하기 위해 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고, 홍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도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성 전 회장이 남긴 신문사 인터뷰와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강한 배신과 분노를 가진 상태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메모지에 이 전 총리 이름만 기재됐을 뿐 금액이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결국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았던 것에 비하면 검찰로선 빈손으로 마무리하게 된 셈이다.

당시 특별수사팀의 팀장이었던 문무일 검찰총장(당시 대전지검장)은 총장 후보 시절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부실했다는 일부 지적에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며 “그때 그 수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좌고우면한 게 전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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