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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하는 아이들②]“상술” vs “어차피 쓸건데”…‘어린이용 화장품’ 논란
- 식약처, 어린이용 세부 기준 마련 ‘논란’
-“아이들 피부 안전하게 관리 필요” 찬성론
-‘대놓고 화장하는 것 부추기는 꼴’ 지적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최근 화장하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별도의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까지 유통되는 화장품은 영유아용과 성인용만 있었다. 정부는 그 사이에 ‘어린이용’ 유형을 마련해 공식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어린이용’을 추가하기 위해 현재 외부 전문가 단체와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 중이다. (기사내용과 무관)

24일 식약처에 따르면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어린이용’을 추가하기 위해 현재 외부 전문가 단체와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 유통되는 연령별 화장품은 3세 이하의 영유아용과 성인용 두가지 유형만 존재했다. 기존에 판매된 10대 전용 화장품은 용도에 따라 틴트는 색조 화장용, 로션은 기초화장용으로 나누는 등 성인용 화장품과 구분 없이 관리돼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화장하는 어린이들은 늘면서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성분과 표시기준 등이 없어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 9월 중으로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식약처는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을 만들고 어린이용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과 표시 기준을 강화한다. 영유아 화장품처럼 적색 2호, 적색 102호, 살리실산, IPBC 등 4가지 성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아밀신남알, 벤질알코올 등 26개 종류의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를 모두 표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어린이용 화장품은 더 자주 수거해 표시 성분이 함량대로 포함됐는지, 위해물질은 없는지 등을 검사ㆍ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9월에 도입하려던 어린이용 화장품 설립 유형 신설은 외부 전문가들의 반대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학부모, 화장품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통해 금지성분이나 어린이용 화장품의 범위 등을 설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린이용 화장품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먼저 어린이용 화장품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공식적인 어린이용 화장품 설립 유형을 마련하는 게 어린이들 피부를 위해 더 좋다는 목소리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초등학교 6학년 딸 아이를 둔 최모(43ㆍ여)씨는 “아이들이 틴트, 비비크림 등 화장을 하는 것은 이미 말릴 수가 없을 정도”라며 “아이들한테 피부에 안좋다고 무조건 화장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어린이 피부에 맞게 더 안전한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바르는 스킨 로션이나 선크림 등에도 명확한 어린이용 기준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성북구 주민 이수연(40ㆍ여)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는 아직 색조화장은 하지 않지만, 아이가 쓰는 매일 쓰는 스킨로션이 어린이, 성인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이라 걱정됐었다”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공통된 기준이 마련돼 별도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어린이 화장을 대놓고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린이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술이 판을 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안모(45)씨는 “어린이들은 왜 화장했냐고 하면 ‘어린이용 화장품’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것 아니냐”며 “어린이가 일찍이 화장을 한다는 것 자체는 말려야 하는 일이지, 많은 학생들이 화장을 한다고 해서 허용해야 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학부모 김여진(32ㆍ여)씨는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결국 어린이용 화장품이 출시된다는 것은 대놓고 어린이용 화장품을 만들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식약처는 앞으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조율을 통해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키자는 큰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외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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